프로젝트 얼룩소, 후반전 이야기

1. 
   
얼룩소로 오고 나서 2000명짜리 초대형 여론조사를 했다. 두 번이나. 6월에 한 번, 9월에 한 번. 6월 조사의 주제는 청년 문제, 좀 더 익숙한 단어로 하면 ‘이대남 현상’이다. 
   
시사IN에서 일하던 2019년, 20대 남자 현상을 다룬 적이 있다. 기사가 상상 이상으로 터져 버려서 책까지 냈다. 당시에 기사가 잡아낸 키워드는 ‘남성 마이너리티 정체성’이었다. 이제는 남자가 2등 시민이라는 감각. 권력이 여자를 부당하게 우대한다는 분노. 남자를 2등 시민으로 추락시킨 선봉에 바로 페미니즘이 있다. 
   
2년 전에도 궁금했지만 시간과 예산 제약으로 확인하지 못했던 질문이 있다. ‘이대남’이라는 단일 그룹이 존재하긴 하는가? ‘이대남 현상’을 주도하는 것은 어느 계층인가?
   
상층? 그럴듯하다. 괜찮은 대학을 나온 중산층의 아들들이 사회에 갈만한 자리가 부족하다는 걸 깨달을 때, 강력한 분노가 터져나올 수 있다. 하층? 이 또한 그럴듯하다. 불안정노동자의 아들들이 경쟁에서 뒤처지면서 사회에 분노할 수 있다.
   
이거 뭐야, 뭐라고 말해도 그럴듯하잖아. 그럴 때는 직접 알아보는 수밖에 없다. 그게 6월 조사의 주제였다. 이 기사가 다음 월요일, 11월 8일에 풀린다.

   
2.
   
9월에는 청년 이슈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청년 문제를 넘어서는 질문을 던졌다. 누가 페미니스트인가? 한국에서 페미니스트란 대체 어떤 사람인가?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에 관심이 많고 공동체를 생각하는 ‘좋은 동료 시민’인가? 남자를 혐오하고, 여자 말고 다른 소수자들에게 가혹한, ‘여성 이기주의’를 내세우는 고약한 이웃인가? 
   
이 결과는 매우 놀랍고, 아마도 페미니즘을 경계로 싸우는 양쪽 모두에게 불쾌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이 이야기는 11월 15일 공개 예정이다. 
   
청년 세대의 젠더 전쟁은 당연히 연애와 결혼에 큰 충격을 준다. 우리 9월 조사에서는 연애와 결혼의 풍경이 어떻게 바뀔지 보여주는 아주 인상적인 숫자가 쏟아졌다. 원래는 이 이야기를 9월 조사의 두 번째 오리지널 스토리로 생각했다. 그런데......
   
   
3.
   
요 몇주동안 온라인을 휩쓴 ‘설거지론 대란’이라고 있다. 엄청나게 이슈를 끌고, 제법 빠르게 가라앉았다. 그저 지나가는 해프닝으로도 보인다. 
   
그렇지 않다. 설거지론은 결혼시장의 구조변동이 만들어낸 폭발적인 에너지로, 우리 시대 최대의 미스매치를 보여주는 엄청나게 흥미로운 폭풍이었다. 무엇보다, 우리가 9월 여론조사로 확보해둔 데이터와 마치 짠 것처럼 맞아떨어졌다. 설거지론 붐이야 가라앉을 수 있지만, 결혼시장의 구조변동이라는 힘은 해프닝일 수 없다.
   
온라인에서 설거지론 데이터를 수집했다. 실제 결혼시장의 변화도 추적했다. 젠더 이슈로 이런 접근법을 종종 써봤지만, 이번만큼 온라인 데이터와 실제 현실 데이터가 맞아떨어지는 경우는 없었다. 이 이야기는 11월 10일에 공개하는 게 목표다. 9월 조사로 확인한 여론조사 데이터는 11월 11일에 풀릴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이대남 현상’ - 결혼시장의 구조변동 – 한국의 페미니즘 으로 이어지는 연속기획이 다음 2주동안 나갈 예정이다. 연속기획이지만 개별 기사는 모두 독립적으로 완결되는 이야기다. 여기에는 다섯 편을 소개했지만, 아마도 모두 일곱 편이 될 것 같다. 
   
   
4. 
   
얼룩소는 10주 실험의 반환점을 돈다. 전반전은 ‘과연 글을 써서 나누는 플랫폼이란 걸 사람들이 쓸까?’ 이 질문이 핵심이었다. 그리고 얼룩커들 모두가 보셨다시피, 쓴다. 그냥 쓰는 게 아니라, 다 따라잡기가 벅찰 정도로 무시무시하게 쓴다. 
   
그러나 6주차부터 시작되는 실험의 후반전은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후반전의 핵심 질문은 이것이다. 얼룩소는 과연,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진짜 공론장이 될 수 있을까? 
   
전반전에 확인된 사실은 이렇다. 더 많은 얼룩커가 유입되는 가장 확실한 경로는, 얼룩소가 만들어낸 좋은 이야기가 널리 퍼지는 것이다. 우리는 궁극적으로 더 많은 얼룩커들이 다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글을 쏟아내고, 그것으로 다시 더 많은 얼룩커가 유입되는 공론장을 꿈꾼다. 10주 실험의 후반전은 그 가능성을 탐색하는 실험이다. 
   
그러므로 후반전은 얼룩커들의 도움 없이는 반드시 실패한다. 어떻게 도와주실 수 있느냐? 우선, 앞으로 공개되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카톡과 페이스북에 적극 공유해주시면 된다. 
   
생각해보면 이것은 아주 이상한 부탁이다. 만약 얼룩커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다른 이용자들을 잔뜩 끌어온다면, 얼룩커픽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 따라서 지금 얼룩커 분들에게는, 손해다. 나는 지금 여러분들이 손해날 짓을 해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둘째, 다들 아시다시피, 오리지널 콘텐츠를 읽으려면 회원 가입이 필요하다. 글을 공유하면서 회원 가입 같은 귀찮은 일을 시키는 건 작더라도 민망한 일이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여러분들이 손해날 짓을, 민망함을 무릅쓰고 해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음... 그래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5주동안 얼룩커들은 얼룩소가 어떻게 발전해 나가야 할지, 이걸 만드는 우리보다도 더 나아간 고민을 내놓고 토론하고 때로 갈등도 하면서, 결국에는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 나갔다.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여기 계신 분들은 이 공론장의 생존에 투자할 분들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단기적으로는 픽 경쟁이 빡세지더라도, 공론장이 살아남는다면 가장 많은 가치를 가져가실 분들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아 물론, 주위에 추천할 수 없는 콘텐츠를 들이밀고 주위에 나눠 달라고 하지는 않겠다. 올해 6월부터 준비한 프로젝트다. 프로젝트 오픈하자마자 공개하고 싶어 근질거리는 손을 붙잡느라 힘들었다. 
   
프로젝트 얼룩소, 이제 반환점을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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