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창
2023/10/31
왜 사람들은 알 없는 안경을 쓰는 걸까. 두 개의 창으로 당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말하려는 걸까, 두 개의 창을 갖고 있어서 당신을 보는 일을 놓치고 말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하려는 걸까? 안경을 바꿔 쓰고,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 Bresson, 1908∼2004, 프랑스)과 최민식(1928∼2013)의 사진을 보다가 눈이 자신만의 유산을 남긴다는 것을 깨달았다.
몸의 어느 부분이 유산을 남겼던가. 손은 그림을, 조각을, 글을, 음악을 남겼다. 발은 무엇을 남겼나. 길에 흔적을 남겼겠지만 남겼는지 알아볼 수도 없고 남아 있지도 않을 것이다.
코는 귀는 혀는 무엇을 남겼나. 오로지 누군가의 기억만으로 남긴 것이 회상될 것이지만 너무 허약한 증거일 뿐이다. 심장은 무엇을 남겼나, 간과 폐는, 신장은……. 눈만이 가장 충실하게 유산을 남긴다.
브레송과 최민식의 눈이 남긴 유산은 다른 이들이 남긴 유산보다 아주 오래 살고 있다. 전쟁이 끝나고 커다란 외투를 바닥에 질질 끌며 우산을 들고 걸어가던 독일 할레의 1945년 5월의 소년은 아직도 고개를 숙인 채 그 거리를 걷고 있다. 부서진 대나무 비닐우산을 쓰고 카메라를 바라보던 1967년의 부산 소녀는 아직도 부산의 그곳에서 우리를 바...
@사과나무씨앗
제 글들이 시라고 내놓으면 에세이 같고, 에세이라고 내놓으면 시 같아서 경계를 무시하고 떠다니는 발걸음인데 반갑게 읽어주시니 고맙습니다!!
생각과 눈 사이의 깊은 계곡과 넓은 들을 잘 살피는 것이 글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살핀 것들에게 자리를 내어주면 될 테고요. ^^
천세진 시인님, 안녕하세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섬세하고 풍부한 색채가 느껴지는, 투명하고 맑은 창과 같은 소중한 글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을 읽다 보니 문득 글쓰기가 사진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을 준비하다 보면, 현실 속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은데 그 모든 것을 글에 담아낼 수 없음을 느꼈습니다. 사진이 현실을 다 담아내지 못하고 편집하는 것과 비슷했습니다. 글이 너무 길어지면 독자님들께서 읽기 힘들어지니까요.
시인님의 평소 글을 읽다보면, 현실에서 창문을 통과해서 저 너머의 다채로운 색상과 감정과 향기의 세상으로 건너가게 됨을 느낍니다. 저 너머의 세상을 동경하고 꿈꾸게 해주셨습니다.
시인님의 글을 읽고 현실로 다시 돌아오면, 마음이 살짝 가을 낙엽 속에 파묻히는 것 같습니다. 가을을 사는 기분이 듭니다. 감성에 젖어들게 됩니다.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사과나무씨앗
제 글들이 시라고 내놓으면 에세이 같고, 에세이라고 내놓으면 시 같아서 경계를 무시하고 떠다니는 발걸음인데 반갑게 읽어주시니 고맙습니다!!
생각과 눈 사이의 깊은 계곡과 넓은 들을 잘 살피는 것이 글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살핀 것들에게 자리를 내어주면 될 테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