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감, 그 불길한 상상력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4/06/18
 
그렇게 열심히 일했는데 이제 화요일입니다.
서늘한 여름밤을 한참을 돌고 돌다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바람이 서늘하고 낮 기온은 새로운 기록들을 갈아치우더라도 밤은 그럭저럭 견딜만하였습니다. 그런 밤을 산책하고 돌아왔는데도 이마와 등줄기엔 땀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미지근한 물에 샤워하고 나와 연하게 커피를 타서 한 모금씩 천천히 나눠 마셨습니다. 한 발 한 발 내디디며 걷던 산책길처럼 느리게 곰곰이 텀블러 안을 들여다보기도 하며 그리고 한 모금쯤 남아있을 때 책장을 넘기다 한 모금 남은 커피를 남기고 형광펜을 찾아 하나의 문장에 밑줄을 그으며 잠시 뒤에 책상의 머그잔을 치우며 남은 커피 한 모금을 마셔야 한다고 생각하고 잠들기 직전에 남은 커피 한 모금이, 책상 위에 올려둔 텀블러가 떠올랐습니다.
 
제발, 제발 그냥 두길 바라….
 
아침에 강제로 눈이 떠진 나는 모란의 이마를 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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