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그친 차가운 봄 밤 시식회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4/03/22


누가
 
서윤후
 
 
나는 천적이 없다는 듯 울었다 그건 근래의 기쁨이기도 했다 매미나 발정난 고양이도 내게 들리지 않게끔 힘껏 그래 봤자 양도된 이 슬픔은 어디선가 조금씩 모은 침묵이거나 손톱자국이었을 테지만 나는 처음으로 내가 들려오는 장면에 나왔다 고통에 걸신들린 인간의 이야기 울타리를 벗어나 부르기 시작한 노래 나는 작고 낮은 언덕에서 태어나 부풀어올랐다 누가 기다리는 빵 혹은 아직 설익은 배신감 젊음은 내가 자주 꾸는 악몽의 종류로서 실눈과 선잠으로 꿰맨 밤을 뒤집어썼다 격자무늬 카펫을 털면서 더 많은 홀씨를 묻혀온 나를 용서하지 않는다 이중에서 나는 도깨비바늘로 자라났다 꽃과 섬유 사이의 피부는 나를 빚기 위해서 많은 곰팡이를 먹었다 푸르뎅뎅하게 빛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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