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지오
라지오 · 구름 구두를 신은 이야기보부상
2024/05/31
몽골의 변소
똥이 밥을 기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밥은 남의 집에서 먹어도 똥은 ‘반다시’ 집으로 와서 누어야 한다던 옛어른들의 가르침을 받은 세대가 아직 생존 중이십니다. (우리 동네에도 서넛이 계십니다). 화학비료가 귀한 시골에서 거름은 풀을 베어다가 온갖 똥들로 삭힌 두엄이 유일했지요. 마당에 떨어진 개똥이며, 닭똥을 쓸어담아 마당 귀퉁이에 수북히 쌓아 두엄더미로 모셔집니다. 사람의 똥도 사용했을까요? 측간이라 불리던 시골의 ‘화장실’엔 변기가 없었습니다. 삽 하나와 수북히 쌓인 잿더미뿐이었지요. 맨바닥에 볼일을 보고, 곁에 쌓아둔 재로 덮은 후에 삽으로 떠서 잿더미에 던져둡니다. 측간 한구석에 항아리가 놓여 있는데 거기에는 오줌을 보는 용도지요. 말하자면 ‘분리배출’ 시스템이지요. 큰 독을 묻고 그 위에 널판을 얹은 변소도 있긴 했습니다. 그렇게 ‘분리수거’된 똥과 오줌은 거름이 되어 밭이나 논으로 모셔져 곡식을 자라게 했습니다. 
아무 데서나 용변을 보는 것은 유럽도 별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실내에 화장실을 두지 않고 요강을 사용하여, 아침마다 창밖으로 버리는 분뇨가 거리에 쌓였다 합니다. 오죽하면 거리에 버려진 분뇨가 긴 치마에 묻지 않게 하려고 굽 높은 신을 신어야 했을까요? 이것이 하이힐의 시초라 합니다. 돌이 깔린 파리의 고풍스러운 도로도 분뇨와 관련이 있습니다. 1184년 프랑스의 왕 필리프 2세가 오가는 마차에 튀긴 분뇨의 악취에 숨이 막혀 기절하는 사고를 겪고나서 파리의 도로를 돌로 덮게 한 데서 만들어졌다 합니다. 

서울은 어떠했을까요? 두엄을 내기 위해 측간 바닥에 볼일을 보는 일은 없었지만, 집 밖에 엉성한 널판으로 만든 푸세식 변소가 대부분이었지요. 악취도 심했고, 바닥에 고인 분뇨들이 생생히 들여다보였습니다. 어린 시절, 변소는 음습하고 무서운 공간이었지요. 변소 밑바닥에서 피 묻은 손이 불쑥 나와 ‘빨간 종이 줄까, 파란 종이 줄까’라고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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