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사창가 철학 '아비뇽의 아가씨들' (02)

badacopy
badacopy · 작가, 강사
2024/03/09
여기에는 창녀로 보이는 여성 다섯 명이 등장하는데 두 명은 아프리카 가면을 쓰고 있다. 맨 왼쪽 인물은 이집트 스타일의 얼굴을 보여준다. 그는 손님들이 아니라 나머지 네 여자를 행해 서 있다. 고대의 여성 머리 조각을 얼굴로 사용된만큼 그는 이 사창가의 리더인 마담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 두 사람은 전형적인 백인 여성으로 비너스 아나디오메네Venus Anadyomene 자세를 취하고 있다(그림 참조). 바다의 거품에서 갓 태어난 비너스가 머리를 매만지는 자세다. 그리고 그들은 커다란 눈으로 ‘손님’(예상 관람객)들인 이성애자 백인 남성을 심사하듯이 내려다본다. 가장 오른쪽에 있는 두 여성은 아프리카 가면을 쓰고 있으며 ‘남자’만 생략되었을 뿐, 적나라한 성행위 자세이다.
장 도미니크 앵그르, 비너스 아나디오메네, 캔버스에 유화, 1808~1848, 164×82cm, 콩데박물관, 프랑스
쪼그려 앉은 여자는 능동적인 체위를 보여준다. 피카소가 남긴 100점이 넘는 사전 스케치 연구에 따르면, 최종 작품에서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여성의 성기를 그대로 드러낼 생각도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입체파 스타일로 볼 때 자연주의적인 묘사였을 리는 없다. 그러고 보면 지금처럼 ‘평면화’한 것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피카소의 아비뇽의 아가씨들, 부분화

아프리카 가면을 쓰고 있는 악마적인 모습은 논쟁의 소지가 크다. 필자의 저서, ‘문학의 죽음에 대한 소문과 진실’(2022)에서 조지프 콘래드의 작품인 ‘어둠의 심연’(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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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저작물의 저자 : ≪문학의 죽음에 대한 소문과 진실≫(2022), ≪책의 정신 : 세상을 바꾼 책에 대한 소문과 진실≫(2014년, 2022년 개정판), ≪위반하는 글쓰기≫(2020),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2018, 2022년 드라마(한석규/김서형 주연), 그 외 베스트셀러 ≪인문학으로 광고하다≫(2007, 박웅현과 공저)가 있고, 이어령과 공저한 ≪유쾌한 창조≫(2010), 문국진과 공저한 ≪법의관이 도끼에 맞아 죽을 뻔했디≫(2011), 한무영과 공저인 ≪빗물과 당신≫(2011)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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