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27
당근에서 키보드를 샀어요. 혼자 집에서 뚱땅거리려고 했는데 얼마 안가 흥미를 잃었죠. 그저 인테리어 소품 1이 된 키보드가 애물단지가 됐을 무렵, 엄마가 집에 왔어요. 치지도 않을 거면 이런걸 뭐하러 사냐고 타박하더라고요. "아 그럴거면 엄마가 가져가던가!" 했더니 냉큼 "구랭" 하셨어요. 약간 당황스러웠지만, 내심 엄마가 피아노 치는 모습이 기대되더라고요.
그 길로 엄마는 피아노 학원에 등록하셨어요. 오늘은 도레미파솔라시도를 배웠다, 오늘은 떴다떴다비행기를 쳤다, 도솔미솔 레솔시솔 반주 넣는 법을 계속했다 등등. 전화로 쓰는 엄마의 피아노 일지가 너무 귀여웠어요. 제 또래인 피아노 선생님 밑에서 초등학생 학원생들과의 일화도 종종 들려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