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과 애도연습] 소멸을 준비해야 할 때 (2)

2018년 9월,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 1년 간 교제하던 애인과 혼인했다. 모아둔 돈도 마땅한 직업도 없었는데 용케 함께 살게 됐다. 혼인 후 나는 김포에서 군포로 이사했다. 언제든 걸어서 찾아갈 수 있던 거리에서 차로 1시간 이상 떨어진 곳으로 멀어졌다. 거리가 멀어지고 얼마동안은 아버지가 꿈에 자주 등장했다. 언제라도 걸어서 갈 수 있던 곳에서 이젠 반나절 일정은 비워놔야 갈 수 있는 거리로 멀어지니 아무래도 심적 부담이 있었나 보다. 그 부담만큼이나 자주 찾아뵈려 노력했다. 그렇게 3년이 되고, 4년이 되고, 5년, 6년, 2023년 올해로 7년째다. 변한 건 재활병원이 요양병원이 되었고, Covid-19로 더는 아무 때나 볼 수 없게 되었다는 것. 그의 외출과 외박은, 당신이 그렇게 바라던 고향 집 방문은 더 요원한 일이 되어 버렸는지 모른다.
고향 떠나 임대아파트에서 지내던 할머니 ©고미랑 그림(https://www.instag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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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되고 싶어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가까스로 졸업했지만 '시인-되기'는 여전히 요원하고 문단에 등단한 적 역시 없다. 대학 졸업 후 개신교 선교단체 간사로 3년 간 일하다 2016년, 목수로 일하던 아버지가 산업재해로 상시 간병과 돌봄이 필요한 장애인이 되자 하던 일을 관두고 격주 주말과 명절 연휴 때마다 병원에 들어가 그를 돌보게 된다(최근 3년간은 Covid-19 팬데믹으로 그마저도 못 하게 되었다). 그러다 우연인 듯 필연인 듯한 인연으로 발달장애인의 자립과 일상을 지원하는 사회적협동조합에서 사무국장으로 1년, 이후 대안학교를 졸업한 청년들이 모여 만든 청년협동조합으로 이직해 커뮤니티 매니저로 3년을 일했다. 2021년, 기술을 배워봐야겠다 싶어 한옥목수 일을 배우고 실제 문화재 복원 및 보수 현장에서 초보 한옥목수로 일을 하다 열악한 근무여건(근로기준법 미준수,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결국 그만두게 된다. 짧게라도 배운 기술과 일 경험이 아쉬워 비록 목수는 아니지만 2022년엔 수원 화성행궁 복원 현장에서 인턴 공무로 6개월 간 일했다. 2024년 현재는 (사)전국귀농운동본부 활동가로 근무하며 프리랜서 작가 및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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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청년 커뮤니티 n인분은 모든 존재가 서로 의존할 수 있는 돌봄안전망을 만들어 갑니다. 아픈 이를 돌보는 청년들의 자조모임에서 시작해, 돌봄청년들과 돌봄연구자들이 모여 가족, 성별, 세대를 넘어 모두를 위한 돌봄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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