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소풍06
2023/02/19
똑순이님의 글을 읽으니 저에게도 컵라면 같은 음식이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에게는 할머니가 해주셨던 감자구이(?)가 있었어요.

이제는 돌아가신 지 벌써 12년이 되어버린
너무나 사랑하는 나의 할머니는
여름이 되면 어김없이 감자를 사다 껍질을 벗기고 쪄서는
어디선가 주워온 낡은 팬에
할머니의 비법 비율로 소금과 설탕을 넣고
기름에 이리 저리 굴려서는
팬째 식탁에 올려두고 저를 부르곤 하셨습니다.

낡은 팬 가득한 감자는
언제나 너무 맛있어서
늘 입 천장 데는 것은 기본이었지만
뜨거운 줄도 모르고 후 불어가며 할머니와 마주 앉아
깔깔 거리며 먹었답니다.
이빨이 빠져서 듬성한 할머니의 미소때문에
그 시절, 그 날의 감자는
더욱 맛있었나 봅니다.

돌아가신 후 제가 아무리 비슷하게 해보아도
절대로 그날의 맛이 나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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