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 연진아, 나의 연진이들아.

서설
서설 · 디지털 콘텐츠 제작 및 판매자
2023/02/13
*이 글에는 제가 당한 따돌림과 폭력적인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읽으실 때 주의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더 글로리의 내용이 일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운 연진에게.

한참이나 어떻게 시작할지 고민했었어. 나는 익숙하지만, 너는 아닐 테니까. 그리고 너 만큼이나 타인들도 이해하지 못할 테니까. 어느새 머뭇거리다 보니 시간이 이렇게 흘렀더라.

연진아, 잘 지내고 있니? 나는 잘 지내고 있어.
참 신기한 일이지? 그때 그 시간을 보낸 너와 내가 제각기 다른 시간을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말이야. 

이 글이 네게 닿기 전, 넌 사고나 병으로 죽을 수도 있겠지. 아마 나도.

하지만 이미 시작된 이야기는 쉽게 멈출 수 없더라.
그때는 언제 끝이 보일까 싶었는데.
다들 지나고 나면 괜찮을거라 말했지만, 전혀 아니었어.


넷플릭스 공식 포스터

더 글로리를 본다는 것은 나에게 도전이었다.

이 문장만으로 이미 많은 사람이 예상하겠지만, 나는 학창시절 따돌림의 피해자였다. 중학교 때 한 번, 고등학교 때 한 번.

따돌림이라는 개념만큼이나 함께 들은 말은 참 쉬웠다. 
너도 뭔가 잘못한 것이 있겠지. 네가 실수한 것이 있겠지. 네가 문제가 있겠지. 애들은 원래 싸우면서 큰다. 용서하는 쪽이 이기는거야. 다른 친구를 사귀면 어떻겠니? 

도무지 더 글로리를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동은이 당한 피해와 내 피해는 같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러니까, 내가 더 글로리를 보고 쓰는 글의 독자를 위해서는 먼저 왜 내가 그렇게 생각했는지, 왜 그렇게 받아들이게 되었는지의 시간이 필요하다.

만약, 다음에 쓰는 글이 없다해도.

#1
나는 중학교 3학년 때 이미 키가 160을 넘어 있었다. 어릴 때는 활동적이고 밝은 성격이라고 표현할 학생이었다. 책 읽는 건 좋아하고, 수학은 싫어하고. 연애나 꾸밈에는 큰 관심이 없는. 가끔 보는 만화책을 좋아하는. 따지자면 평범한 쪽에 속했다.

그 애는 우리와 달랐다. 일자로 자른 단정한 단발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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