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기숙학원에서 쓴 글: 사교육이 우리에게 미친 영향

김문리
김문리 · 완곡하고 부드러운 세상 꿈꿉니다.
2021/11/21
'우리 아이, 공교육만으로도 괜찮을까요?'는 공교육의 대체재로 기능하는 혹은 공교육을 뛰어넘는 사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을 보입니다. 그런데 이 질문은 1. '만'이란 보조사를 사용해 공교육으론 부족할 수 있음을 내포한다는 점 2. 사교육의 효율에만 치중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저는 아래 글을 통해 사교육의 입시 성공이란 효율, 그 이상을 얘기해보고 싶어요. 과연 사교육이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요? 


제가 스무 살 재수할 때 쓴 일기를 재구성했습니다. 다듬어지지 않고 호흡도 길지만 진심을 가득 담았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세요.



대형 기숙학원에서 쓴 글: 사교육이 우리에게 미친 영향

2018년도 일기

"너희는 공부를 하는게 아니다. 시험을 치루는 수험생은 답을 잘 맞추기 위한 연습을 해라. 공부는 대학생이 되어서나 하는거다."


" 입시에 한번 실패한 너희는 쓰레기이다. '나는 쓰레기다!'라고 세 번 복창해라."


내가 2018년 재수를 하며 대형 기숙학원에서 실제로 들은 말이다. 결과로 끊임없이 스스로를 표현하고, 계량화하고, 진단하는 한 해를 살았다. 당시 내 스물의 하루는 자기 불신과 그릇된 욕망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후회없이 한 번 시원하게 공부해보겠다는 초기의 투지는 사라지고, 어제보다 몇 분 더 공부했는지/ 공부하지 못했는지에 목숨을 걸게 되었다. 주중 7시간, 주말 11시간 공부을 채우지 못하면 손톱을 물어뜯었다.


그렇게 '열심히'라는 말로 표방되는 기계 같은 하루를 살아내다 문득 멈칫하게 되는 순간이 생기곤 하는 것이었다.


때는 사회문화 시간이었다. 사회문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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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을 배우고 있어요. 같이 크게 크게 때론 조그막하게 이야기 나눠보면 좋겠네요. 멋진 시선들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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