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혁현 · 오래된 활자 중독자...
2024/06/13
「눈먼 부엉이」 
 “우리는 집 안 곳곳에 산재해 있는 장의 책을 모조리 뒤졌지만 ‘투명한 아름다움이 빛나는’ 책 따위는 찾지 못했다. 에리크는 옷과 책과 곰팡이로 난장판인 작은 방을 가리키며 손님방이냐고 했다. 나는 ‘노’라고(분명 ‘노’라고) 대답했는데, 에리크는 괜찮다고 하더니 짐을 풀었다. 나는 뭐가 괜찮다는 건지 이해가 안 갔지만 어쨌든 짐 푸는 걸 도왔다.” (pp.18~19)작가의 소설을 읽다보면 이런 정도의 유머에도 꽤나 크게 웃게 된다. 그건 그렇고 소설에서 거론되고 있는 사데크 헤다야트의 ‘눈먼 부엉이’를 나는 《눈먼 올빼미》라는 제목의 책으로 읽었고, 책의 정장이 인상적이었다는 그리고 손에 꼽을 만한 인상적인 문장으로 가득했다는 기억을 가지고 있다.
 「뉴욕에서 온 사나이」
 “나는 기억을 잃어버렸다. 뉴욕에서 귀국한 날에 교통사고가 났고 기억상실증에 걸렸다. 의사는 기억의 일부가 손상되었으며, 그중 일부는 돌아올 것이고 일부는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그 일부가 어떤 것이 될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그건 전적으로 운에 달린 일이라고 했다.” (p.39) 나의 손상된 기억에는 내가 쓴 〈말라노체〉라는 단편소설이 있고, 이성애자인 나와 사랑을 나눴던 레이날도 아레나스가 있다.
 「창백한 말」
 소설집은 두 개의 큰 챕터로 나눠져 있고 첫 번째 챕터 ‘장’에는 〈창백한 말〉을 비롯하여 〈눈먼 부엉이〉, 〈뉴욕에서 온 사나이〉, 〈미래의 책〉이 포함되어 있다. 다른 작품들보다 〈창백한 말〉에서 장은 좀더 주도적인 3인칭으로 등장한다. “장이 가장 관심을 가진 주제는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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