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의 감각

몬스
몬스 · 네트워크 과학을 공부/연구합니다.
2022/06/14
 고등학교 시절, 두발 자유화가 결정되고 몇 달 지나지 않아 머리를 기르던 친구들은 자발적으로 삭발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머리를 기르고 싶어하던 학생들이 자유화 이후 머리를 깎아버린 것이다. 그것도 1cm가 안되는 길이로 말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시절 우리가 바라던 건 '긴 머리'가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 방향으로 걸을 것을 거부하는 감각, 일탈의 감각이 그저 '긴 머리'라는 모습으로 발현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일탈. 소중한 사건이자 감각이지만, 방향성이 모호하여 간과하는 힘이기도 하다. 하지만 살다 보면 스멀스멀 올라오는 일탈을 향한 마음 속 요구는, 이 감각이 꽤 강한 본능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사람마다 시기별로 그 강도는 다르게 나타나지만, 일탈을 향한 요구에 응답하는 것은 짜릿한 만족감을 보상으로 준다. 얼핏 보면 합리적이지 못한 일탈적 행동이 우리에게 이렇게 큰 만족감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탈적 행동을 억눌린 본능을 실현하는 과정으로도 볼 수 있지만, 자세히 보면 더 복잡하다. 일탈의 모습을 조금 더 섬세하게 관찰해 보면 단순한 본능의 실현이 아닌, 대세에 대한 반항에 가까워 보인다. 고등학교 시절 '긴 머리'에서 '짧은 머리'로 방향을 바꾼 일탈의 모습이 그러한 대표적 예이다. 왜 대세에 반항하려는 감각이 우리 안에 있는 것일까? 그것이 무슨 도움이 된다고.

흔히 일탈에는 '자발적'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어떤 행동이 자발적인가' 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설령 내가 자발적으로 하는 일이더라도, 그 자발성을 입증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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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계 과학에 관심이 많고, 그 중 주로 네트워크 과학을 공부/연구/덕질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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