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먹은 한지가 바람에 흔들리며 햇살을 먹고.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4/03/14
어쩌면 늘 흐렸던 건 너무 이른 아침이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밤새 켜져 있던 가로등이 일 순간 꺼지면 주위는 한층 어두워져 마치 극장 계단을 오르며 어두워진 주변을 살피느라 이리저리 둘러보다 보면 동공이 커지며 빛을 찾아내고 있는 것처럼.
 
하늘이 낮게 가라앉은 목요일 아침. 하루하루는 아주 연한 빛을 지닌 한지 같아. 손으로 끝을 잡고 양팔을 벌려야 하는 소소한 바람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더듬이가 있는 한지 같은 거야 물론 풀에서 왔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를 일이지.
 
그 물을 먹어 윤기 나는 한지를 매일매일 몸에 한 겹씩 두르는 일인 거야. 목요일쯤 되면 움직이는 것이 불편해지거나 젖은 한지가 말라가며 통증이 느껴질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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