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적 진리는 존재하는 것일까?- 움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

유창선
유창선 인증된 계정 · 칼럼니스트
2023/11/22
"진리를 과신하며 진리를 위해 죽는 자를 경계하라"

진리는 하나일까 여러 개일까. 참된 것을 찾겠다며 진리란 무엇일까를 생각하면서 따라다녔던 물음이다. 내가 사는 세상에는 서로 다른 진리들이 존재했고, 진리를 말하는 서로 다른 방식들이 있어왔다. 

도대체 어떤 것이 진리인가. 아니 모두가 받아들이는 절대적인 진리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을 판정하는 것은 누구인가. 다수가 믿는 것이 진리인가, 아니면 권력이 지지하는 것이 진리인가. 그 사회가 말하는 진리를 의심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불온한 일인가. 진리를 둘러싼 궁금증이 커지는 가운데 읽은 책이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었다.

사진=pexels

흥미진진하고 깊이 있는 소설을 읽는 즐거움

『장미의 이름』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다. 일단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 책장을 넘길수록 계속 궁금증을 자아내는 추리소설의 매력이 있고, 연쇄 살인사건의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탄탄한 구성도 돋보인다. 무엇보다 소설 이상의 소설이라는 깊이가 있다. 철학, 기호학, 신학, 중세사, 미학을 망라하는 인문학 책으로 다가온다. 또 읽다 보면 중세에 대한 에코의 방대한 지식을 접하는 기쁨을 맛볼 수 있다.

이 작품에도 여러 해석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진리’에 대한 모색을 읽었다. 중세 수도원에서 발생한 연쇄 살인사건을 추적해가면서 진리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과 답을 찾는 것이 이 작품의 궤적이다. 눈이 먼 늙은 수도사 호르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2권 희극편을 수도원 장서관에 숨겨놓고, 그 책에 접근하는 젊은 수도사들을 한 명씩 죽게 만든다. 그는 전통적 교리만을 절대적 진리로 받아들이는 낡은 권력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절대적 진리에 대한 그의 집착이 수도원의 비극을 불러오게 된다. 

호르헤와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 주인공 윌리엄 수도사다. 수도원에서 발생한 연쇄 살인사건을 조사하던 그는 진리에 대해 호르헤와 대립되는 생각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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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시사평론을 했습니다. 뇌종양 수술을 하고 긴 투병의 시간을 거친 이후로 인생과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져 문화예술과 인생에 대한 글쓰기도 많이 합니다. 서울신문, 아시아경제,아주경제,시사저널,주간한국, 여성신문,신동아,폴리뉴스에 칼럼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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