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연광산의 광부처럼.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4/05/23
아직 아침입니다. 머리는 깨어났지만, 눈꺼풀은 아직 닫혀있는 상태였습니다. 그 순간 섣불리 눈을 떠버리면 빛은 들어올 테고 부스스 일어나 다시 잠들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죠. 다시 깊이 잠들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면 눈을 뜨지 않는 것은 아침을 즐기는 방법의 하나 입니다. 
그때 모란이라는 이름을 지닌 고양이가 깨어난 제게 옵니다. 어디 있든지 작은 소리에도 제게 달려옵니다. 아무것도 주지 않아도 어떤 것도 해주지 않아도 힘차게 달려와 얼굴 가까이 제 축축한 콧등이 다가와 냄새를 맡고 손등에 손바닥에 이마를 쿵쿵 박아 댑니다. 그리곤 깨어날 때까지 집요하게 주위를 맴돕니다. 
   
그것은 멀리서 보면 저를 지키는 듯이 보일 수 있겠으나, 그저 어서 일어나라는 협박 같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인질로 잡혀있던 아침을 생각하며 겨우 일어납니다.
   
오월 셋째 주가 지나는데 아침은 여전히 서늘합니다. 물론 낮 기온은 여름답긴 하지만 말이죠.
   
내가 기억하는 S는 가늘고 긴 손가락을 지녔습니다. 손가락 매듭도 거의 없어서 여자 손이라고 해도 믿을 수밖에 없는 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언제나 겨울이었어
2.5K
팔로워 794
팔로잉 8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