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 건 아닌 것일 뿐이죠 – 박유하 교수 관련 대법원 판결에 부쳐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3/10/26
아닌 건 아닌 것일 뿐이죠 – 박유하 교수 관련 대법원 판결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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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향 장기수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송환>에 보면 백발이 성성한 장기수들이 야유회 비슷한 걸 가설랑 한 명이 쉰 목소리로 ‘김일성 장군의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때 그 장면을 찍던 카메라맨은 손이 흔들릴 정도로 무서웠다고 토로했지요. 뭐 제 나이 또래나 언저리라면 ‘김일성 장군의 노래’가 무슨 의미인지는 잘 알 테니까요. 휴전선 이남에서 장백산 줄기줄기 피어린 자욱 함부로 부르다가는 그 목덜미에 피가 수십 줄기 솟구칠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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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서운(?) 장면 이후 등장한 참 선해 보이는 인상의, 논두렁에서 흔히 마주칠 것 같은 평범한 인상의 한 할아버지가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는 ‘비전향 장기수’였죠. 간첩으로 넘어와 장기수가 된 뒤 무지막지한 ‘전향 공작’을 받지만 끝내 그걸 거부한 사람이었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는 대충 이런 말을 합니다. “내가 죄를 지었다면 벌은 받겠다 이거야. 그런데 왜 내 머리 속을 바꾸려고 하냐고.” 그러면서 자기 머리를 가리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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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향 장기수들을 몹시 비판적으로, 그리고 때로는 경멸적으로 바라보는 처지입니다만 그 순간 저는 그들이 ‘민주주의의 표상’으로 보였습니다. 누가 무슨 생각을 하든 그 생각을 강제로 바꿀 수는 없고, 그 생각을 어떻게 표현하든 그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일진대, 그들이 김일성을 애비로 삼든 김정일을 할애비로 삼든 이를 강제로 ‘전향’시키겠다는 것은 ‘사상의 자유’를 짓밟는 것이고, 그들이 충심을 담아 ‘김일성 장군의 노래’를 부른다고 빨갱이로 몰아 처벌하는 것 역시 ‘표현의 자유’를 유린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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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의 자유는 내가 용납할 수 없는 사상의 자유까지 보장하며 표현의 자유는 내가 역겨운 표현조차도 그게 허위 사실이거나 범죄적 소지가 있지 않은 경우 받아들여야 하는 영역에 존재합니다. 이건 민주주의의 기본입니다. 이 기본을 무너뜨리는 것이 부당...
김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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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과는 나왔지만 역사 공부 깊이는 안한 하지만 역사 이야기 좋아하고 어줍잖은 글 쓰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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