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지오
라지오 · 구름 구두를 신은 이야기보부상
2024/06/01
Bru-nO(Pixabay)
여름이고, 밤이었다. 세상의 모든 밤은 해석이 되지 않는 이야기들을 오래된 결석처럼 지니고 있었다. 그런 밤에 잠을 안 자고 나는 강가에서 낚시를 했다. 어두운 강물 속에서 물고기들이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암청의 강은 안개를 내뿜으며 정체를 알 수 없는 것들이 서성거리고 돌아다녔다. 
   
청평 댐을 지난 강물은 조종천에서 흘러온 물들과 섞이며 폭을 넓혀 흘렀다. 원대성리라 불리는 그곳은 소나무가 들어선 산자락을 뒤로 두고, 강물이 우묵하게 들어와 낚싯대를 펼만했다. 곡우 무렵이면 낚싯배로 누치를 잘 건지는 곳인데, 모래무지나 돌고기들이 마릿수로 낚였다. 
낮에는 물놀이를 즐기는 모터보트들이 물살을 일으켜 낚시를 할 수 없었지만, 밤이면 호젓이 낚시를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강가에 혼자 앉아 밤낚시를 하는데 자정이 가까워질 무렵이었다. 강 건너로 뵈는 마을의 불들이 까무룩 꺼지고, 사방이 깊은 어둠에 잠겨들었다. 이따금 잉어들이 뛰어오르는 소리만 들려올 뿐 두 눈을 가린 듯 아무것도 뵈지 않았다. 숨 막히는 어둠이 깊어져가는데, 강 건너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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