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이 빛나던 밤에] 밤은 무엇을 낚으려 하는가

라지오
라지오 · 구름 구두를 신은 이야기보부상
2024/05/29
fisherman
낚시의 절정은 단연 밤낚시라 하겠다. 
밤낚시를 혼자 다닌 적이 있었다. 해가 저물면 가정이 있는 꾼들은 주섬주섬 대를 걷고 떠났다. 여름도 그렇게 떠났다. 가을은 비명도 없이 깊어가고, 나는 여전히 강가에 혼자 앉아 밤낚시를 했다. 
청평댐을 지나온 강물과 구암리에서 흘러내려온 구운천이 만나는 북한강 하류의 강 언저리였다. 강낚시라는 것이 한여름 장마 때나 잠깐 반짝이지만, 나는 시서늘해지는 강가에 혼자 앉아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밤이 되면서 기온이 급격히 내려갔다. 가스렌지를 켜고 오들오들 떨며 물에 젖은 손을 비비고 있는데, 자정이 다 된 시각에 노인 한 분이 등장했다. 낚시가방을 메고 야심한 시각에 강을 찾아온 노인은 보기보다 씩씩했다. 손전등도 켜지 않은 채 낚시대를 척척 펴고, 떡밥을 개어 강물에 풍덩 소리가 나도록 던지더니 커다란 비닐을 펼친다. 그리고 아무런 예고도 없이, 태초부터 배추애벌레가 그리하도록 예정되었듯이, 비닐에 누워 온몸을 굴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노인은 비닐 속에 든 번데기 상태로 코를 골며 잠에 들어갔다. 

강호에 고수가 많다는 말이 무협지에만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노인의 코 고는 소리를 피해, 짐을 꾸려 매바위라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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