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선택 또 선택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4/01/15
수많은 선택의 연속이다. 먼저 책 제목이 결정됐고, 이어 표지 디자인이 그리고 이름까지 확정됐다. 제2, 제3의 선택지 앞에서 서성이고 또 서성였다. 책 제목은 나보다 출판계 경험이 훨씬 많을 출판사 대표님의 결정에 따랐고, 표지 디자인은 내 의견을 반영했다. 이름은 실명으로 할까 필명으로 할까 계속 고민의 연장선상에 있다, 결국 남편에게 부탁했다. 정해줘! 남편은 피식 웃더니 실명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렇게 나는 실명으로 내 책을 내게 되었다.

선택은 행복한 고민이기도 하지만, 결정 시점이 늦어질 때면 무척 고통스럽기도 하다. 책 제목과 표지 디자인은 빠르고 과감하게 결정을 내렸지만, 이름을 정하는 문제는 좀처럼 가닥이 잡히지 않았다. 실명과 필명을 검색창에 치기도 하고, 같은 이름으로 책을 낸 저자가 있는지도 살피고, 실명을 알고 있는 내 지인들과 필명이 더 익숙할 독자들까지 다양한 얼굴들을 머릿속으로 그려 보기도 했다.

다시 태어난 것만 같은 느낌 때문에 내심 필명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었는데, 실명을 추천하는 대표님과 남편 그리고 친구의 말이 마음을 세차게 흔들었다. 실명을 우두커니 바라보다 보면 별의별 생각이 다 떠올랐다. 그 이름으로 겪어온 수많은 날들이 스쳐갔다. 때로는 미워하고 때로는 도망가고 때로는 애정했던 나의 이름. 

책에는 필명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도 해봤지만, 필명이 가진 뜻이 퍽 글과 잘 어울린다고 여기기도 했지만, 결국 나는 실명 앞에 선다. 어쩌면 실명이 정말 나다운 이름인지도 모르겠다. 글에서만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내가 되고 싶다 외쳐왔는데, 실명 앞에 물끄러미 선 뒤에야 어쩌면 이 실명이야말로 그 무엇도 아닌 그저 나라는 걸 인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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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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