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지 감수성이 없으면 성희롱을 봐도 인지하지 못한다. 박원순 사건 ep4

이가현
이가현 인증된 계정 · 페미니스트 정치활동가
2023/07/22
박원순 3주기, 서울시장 위력성폭력 사건을 다시보다 ④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전보요청을 했지만 묵살당했다고 언론에 발표한 것과 관련해 손병관 기자는 A라는 인물과 인터뷰를 했다.
   
기자는 박 시장의 수행비서관을 3년 6개월간 지낸 A를 여러 차례 만났다. (중략) 박 시장이 시장실에 머무는 동안에는 피해자가 시장의 일정을 관리하고, 밖에 있을 때는 A가 피해자가 하던 일을 맡았기 때문에 시장실 그 누구보다도 업무 연관성이 높았다.
   
기자 : 피해자는 6개월마다 부서를 옮겨달라는 요청했다는데, 그 정도 빈도면 수행비서관도 알았을 것 같다.
A : 인사 문제 상담을 자주 한 편이다. 나에게는 자기가 언제 나가는 게 좋을지, 어느 타이밍이 좋을지를 물었다. 
p.97
   
여기까지면 그럴 수 있다. 피해자는 2016년 초부터 지속적으로 전보요청을 했다고 언론에 밝혔고 A의 주장은 이와 배치되지 않는다. 그런데 기자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A에게 추가 질문을 한다.
   
기자 : 피해자가 전보를 원했다는 뜻인가?
A : 본인이 남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하면 남고, 그게 아니면 떠나는 것 아니냐? 나가고 싶다고 의사를 밝히면 다 내보내 줬다. 시장이 각별하게 생각했던 것은 맞다. 하지만, 아무리 시장이라도 나가겠다고 강하게 얘기하는 직원을 막을 방법이 없다. 옆자리에서 같이 일한 비서 3명은 차례로 다 나갔다. 그 친구들도 안 나갔다면 내가 이런 얘기하지도 않는다. 
p.97
   
A는 교묘하게도 피해자가 전보를 원했는지 원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답을 피하고 있다. 원했다면 강하게(?) 이야기했을 것이고, 강하게(?) 이야기하지 않았으니 원하지 않았다는 식이다. 남았으니 전보를 원하지 않았던 것이고, 원하지 않았으니 남았던 것이라고 한다. 전형적인 논리적 오류다. 전보를 원했어도 강하게 이야기하지 못했을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원하는 바와 다르게 남아있었을 수 있다. 벌어진 상황에 의사를 끼워맞춰선 안 된다. 이해를 돕기 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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