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일상을 복원해야지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4/12/12
아이 학교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한 지 어느덧 2년이 훌쩍 넘었다. 집과 카페밖에 모르던 사람에게 학교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공간이자 낯선 사회생활의 시작점이었다. 조용한 일상에 굳이 변화를 꾀한 건 글 속에서만 정의롭기 싫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글을 쓰다 보면 옳고 그른 것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된다. 그른 일을 글 속에서 주장할 리 없으니, 옳은 것에만 힘을 싣는 글을 쓰다 보면 스스로가 무슨 정의의 사도라는 되는 것만 같다.

현실의 나는 그렇지 못했다. 작은 내 삶 속에서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할지라도, 사회 속의 나는 그저 쓰는 사람일 뿐이었다. 말이 아닌 발로 뛰는 사람이고 싶었다. 언행일치를 몸소 실천하는 삶을 살고 싶었다. 그러다 내 주변에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일로 찾은 게 학교 일이었다.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일만 했고, 그 뒤에는 보호자 독서모임을 진행하고 보호자 동아리를 운영하는 일을 맡았다. 그러다 올해는 보호자 책 동아리의 대표를 맡고 학부모회에서도 일을 하게 되었다.

보호자는 교육의 3주체라 불린다. 혁신학교의 경우 그 역할이 일반학교에 비해 더 크다. 일은 많지만 손은 늘 부족하다. 그런 텃밭이다 보니 나서서 하겠다 마음을 먹은 사람에게 일은 끊이지 않고 주어졌다. 일이 너무 많아 버거워하는 회원들을 위해 대표를 맡으며 동아리 일을 대폭 줄였지만, 학부모회 일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밀려드는 회의와 일에 정신을 차릴 수 없는 1년을 보냈다. 

정기적인 회의와 독서모임, 각종 행사 기획과 준비 등. 학교를 내 집 드나들 듯 오가고, 각종 회의 속에서 온갖 의견들을 듣고 내뱉어야 했다. 대외적으로 맡은 역할이 많고 하겠다 마음을 먹었으니, 최선을 다해 책임을 지는 것만이 답이라 생각했다. 하루하루 밀려드는 일을 체크해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하나씩 처리했다. 보수는 받지 못하지만 보통 직장인과 다를 바 없는 생활을 이어왔다. 그리고 이제 12월이 되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무엇을 얻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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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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