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검증’이라는 중독성 강한 게임 : 왜 게임계 페미니즘 사상검증은 반복되는가?

2023/08/13
  프로젝트문이 게임 ‘림버스 컴퍼니’의 일러스트레이터와 계약을 해지하겠노라 공지한 이후 게임계 사상검증이 새삼 화두에 오르고 있다. 한없이 익숙한 풍경이다. 2016년, 넥슨이 ‘클로저스’의 성우와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한 이후로 게임계 사상검증은 일파만파 번졌다. 넥슨 외의 많은 게임사들이 ‘메갈’, ‘페미’ 딱지가 붙은 창작자들과의 계약을 해지하거나 작업물을 삭제했다. 2019년, 티키타카 스튜디오의 ‘아르카나 택틱스’는 “자사는 일러스트 외주 전에 사회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작가님들의 리스트를 먼저 찾고, 그 작가님들을 제외하고 섭외를 했”다며 블랙리스트를 활용했음을 자인하기까지 했다. 2020년, 요스타의 ‘명일방주’ 운영팀은 축전을 그린 일러스트레이터의 트위터 게시글 중 페미니즘에 동조하는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 확인됐다는 이유로 축전 게시글을 내리고, “향후 협력 인원 선정 시 사전 조사 과정을 강화하겠다”며 사전 사상검증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021년, 게임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이 “페미니스트라고 이슈가 된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을 게임에서 지우겠냐”는 질문을 면접 과정에서 받았다(범유경 외, 2022). 요컨대 게임계에서 페미니즘을 이유로 한 사상검증 역사는 2016년 이래로 계속 이어져왔다. 이제는 익숙하다 못해 식상하다고 해도 과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 잠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은 게임계에서만 페미니즘 사상검증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한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의 2018년 진정 내용을 살펴보면 피해자 일부는 웹툰 작가였다. 검지와 엄지가 가깝게 위치한 손 모양이 ‘메갈’의 상징이라며, 소시지를 엄지와 집게로 집는 손 일러스트가 포함된 GS25의 포스터에 대해서도 항의가 빗발쳤었던 사례가 있었다. 분명 사상검증은 게임계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게임계는 이 사건이 촉발되었던 시발점이며, 8년째 지속되고 있는 그 꾸준함도 독보적이다. 단순히 민원, 항의, 불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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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법철학을 공부하는 변호사. 소수자, 문화예술콘텐츠, 플랫폼, 노동 분야에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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