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어원은 알아내기가 쉬울까

노영식 · 석기시대 언어학자
2023/09/26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김소월, '산유화', 《영대》 3호(1924).

지인1은 '저만치'를 '저만큼'으로 고쳐 외웠다. 지인2는 '꽃'을 꼭 '꼿'이라고 말하곤 했다.

현대 국어 ‘꽃’의 옛말인 ‘곶’은 15세기 문헌에서부터 나타난다. ‘곶’은 자음으로 시작하는 조사가 결합할 때에는 ‘곳’으로, 모음으로 시작하는 조사가 결합할 때에는 ‘곶’으로 나타나 ‘곶/곳’의 교체를 보였다.
지역어(방언) 꼳(강원, 경상, 함경), 꼿(강원), 꽅(강원, 경기, 경상, 전남, 충청), 꽂(경북, 함경), 고장(제주), 고디(함북), 고지(함북)
《우리말샘》(2016).
https://opendict.korean.go.kr/dictionary/view?sense_no=515401&viewType=confirm

고려 시대 자료  《계림유사》(1103)에는 '골 kur'[花]이라고 했다.
花曰骨.
《계림유사》(1103).
국어에는 '늦-다/느리-다' 같은 예가 있다. 즉, '-리 > -ㅈ/-지' 변화를 보이는 단어가 가끔 나타나고 의미 분화를 보이기도 한다. 

이런 변화를 거란문자 단어에서 본 적이 있다.
ger-i [家 pl.] > gedʒ.
중국 산시성(섬서성) 건현乾縣 당건릉唐乾陵 소재 측천무후(624~705)의 무자비無字碑에서 「낭군행기郎君行記」(1134년)가 발견되었다. 거란문자(거란소자) 거란문과 일부 한역漢譯 대역對譯이 있다.  거란문자 'lang  geʤ' 한문 대역어는 회랑回廊이다. 거란문자 중 曲 비슷한 자 일부가 ge, 雜 비슷한 자 일부가 ʤ로 geʤ를 이루고 '家' 복수(pl.)가 되어 회랑回廊의 뜻과 일치한다. 몇 개 안 되어 적어본다.
ger 家. 복수형 geri > geʤ.
me:r 道. 복수형 me:ri > me:ʤ.
deur 德. 복수형 deuri > deuʤ.

골 kur[花]-이 > 고지.
'꽃'의 방언 '고지'(함북), 옛말 '곶'과 일치한다.

《삼국사기》(1145) 지리지에 기록한 신라 경덕왕 16년(757)의 지명 바꾸기 자료가 있다.
운봉현(雲峰縣)은 본래 모산현(母山縣)(혹은 아영성(阿英城)이라고 이르고 혹은 아모성(阿莫城)이라고 이른다.)인데 경덕왕(景德王)이 이름을 고쳤다. 
《삼국사기》 권34.
아영성阿英城의 '꽃부리 영英'은  《계림유사》(1103)에서 '꽃'을 '골骨 kur'이라고 한 것과 운봉현雲峰縣의 '구름 운雲'에 박힌 고대어 *kur[雲]이 일치한다.
'구름'의 어원 찾기는 왜 어려운가
https://alook.so/posts/2xtM4o0
생소할 듯하여 덧붙인다.
《삼국사기》(1145) 지리지에 기록한 신라 경덕왕 16년(757)의 지명 바꾸기에  '운雲'이 사용된 예가 또 있다.
질운현(軼雲縣)은 본래 고구려(高句麗) 관술현(管述縣)이었는데 경덕왕(景德王)이 이름을 고쳤다.
《삼국사기》 권35.
질운현軼雲縣의  '운雲'과 고구려高句麗 관술현管述縣의 '관管'이 대응을 보이고 '관管'이 '골kur'로 읽혀서 '*kur[雲]'과 일치한다.
관성군(管城郡)은 본래 고시산군(古尸山郡)인데 경덕왕(景德王)이 이름을 고쳤다.
《삼국사기》 권34.
관管과 대응하는 골(고시古尸)이 보인다.
관.
《훈몽자회》 예산문고본(1527).
《우리말샘》(2016) 재인용.
https://opendict.korean.go.kr/dictionary/view?sense_no=340773&viewType=confi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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