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함들의 모순

몬스
몬스 · 네트워크 과학을 공부/연구합니다.
2023/07/29
 초등학교 몇 학년 때였는지 기억은 가물가물한데, 같은 반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친구 한 명이 있었다. 자폐 스펙트럼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했고,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기에 그냥 이상한 친구라고 생각했다. 조금이라도 다르면 표적이 되기 쉬운 나이였고, 이상한 친구였던 이 친구는 너무나도 좋은 표적감이었다. 쉬는 시간이면 삼삼오오 모여 이 친구를 놀리고 쫓는 놀이가 성행하곤 했다. 함께 뛰어 다니고 대부분 웃고 있으니 굳이 말리는 어른은 없었다.

이 친구는 상어를 무척이나 좋아했는데, 수업시간이든 쉬는 시간이든 공책에 상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이 친구와 일반적인 대화는 거의 불가능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나마 긴 대화를 나누는 건 상어 이야기를 할 때였는데, 예를 들어 이건 무슨 상어냐고 물으면 줄줄이 묻지도 않은 상어에 대해 듣는 정도의 소통이 가능했다.

나는 이 친구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동물에 대한 관심이 보통 이상으로 많았다. 당시 장래희망이 화가였는데, 부모님께 동물 일러스트가 잔뜩 있는 책을 사달라고 졸라, 책에 있는 독수리나 코끼리를 따라 그리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이 친구 공책을 보면서 이건 무슨 상어냐고 종종 묻곤 했던 기억이 난다. 그냥 그 정도로 어울리면 소소히 즐거운 친구였다.

한 번은 그 친구가 내 뒷자리였다. 나는 종종 그랬던 것처럼 뒤를 돌아 그 친구한테 말을 걸려고 했는데, 이 친구가 갑자기 연필로 내 눈을 찔렀다. 정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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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계 과학에 관심이 많고, 그 중 주로 네트워크 과학을 공부/연구/덕질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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