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유 칼럼 ④> ‘사전’을 만들다가 …

정숭호
정숭호 인증된 계정 · 젊어서는 기자, 지금은 퇴직 기자
2023/10/20
  『운미회상록』은 원로 소설가 김원우 씨가 2017년 5월에 낸 역사소설입니다. 구한말, 고종 때가 배경입니다. 중전 민비의 친정에 양자로 들어간 덕에 열아홉 살에 무려 일곱 개의 높은 벼슬을 겸직할 정도로 고종과 민비의 총애를 받았던 운미(芸梶) 민영익(閔泳翊, 1860~1914). 그이의 회상록 형식으로 된 이 소설에는 해독이 쉽지 않은 ‘어려운’ 문장이 연이어 나옵니다. 아래 인용한 글은 대한제국 패망 몇 해 전에 상해로 망명한 운미가 젊어서 누린 권세를 후회하는 장면입니다.
   
“그때까지 내가 글깨나 읽고 쓰는 응석꾸러기로, 벼슬아치들이 갖다 바치는 온갖 폐물(幣物)을 넙죽넙죽 받아먹는 글겅이로, 집 부자에 누만금을 쟁여두고 사는 푸른 양반이면서도 반찬 가짓수를 줄이라고 신칙하는 재리로, 대궐의 양전이 내리는 하명을 불퉁하니 받들면서도 넙죽 집어주는 내탕고의 행하에는 눈물을 글썽이는 알랑이로, 그러다가 조석으로 벼슬살이에 신물을 켜는 변덕쟁이로, 남의 글씨와 그림을 시쁘게 여기는 굴퉁이로, 개화나 사대를 주장하는 벼슬아치들 대개가 뭇방치기거나 도섭쟁이라고 매도하는 무룡태로, 세상의 형세를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는 자만심에 놀아나는 트레바리로 살아온 것은 사실이었다.” 
   
문맥과 어감만으로 ‘대충’ 무슨 말인지는 짐작이야 하지만 곳곳에 모르는 것투성이입니다. 이렇게 모르는 게 많아서야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없을 것 같아 나만의 ‘사전’을 만들어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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