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마리아, 지중해 - 반 고흐가 남쪽으로 간 까닭은 (1)

액화철인
액화철인 · 나밖에 쓸 수 없는 글을 쓸 수밖에
2023/04/21
1장
바다로 가는 마차 속의 빈센트


"또 여자들도 먼 데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들 가운데에는 막달라 여자 마리아, 작은 야고보와 요셉의 어머니 마리아, 그리고 살로메가 있었다. 그들은 예수께서 갈릴래아에 계실 때에 따라다니며 예수께 시중을 들던 여자들이다. 그 밖에도 예수를 따라 예루살렘에 올라온 여자들이 거기에 많이 있었다."

- 공동 번역 성서, 마가복음 15:40~41
반 고흐 작, '생트 마리의 바다 풍경'(1888년 6월), 유화.

여행의 동기
1888년 5월 30일,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방의 도시 아를, 기차역 근처, 병약해 보이는 깡마른 남자, 빈센트 반 고흐는 남쪽으로 향하는 임시 편 역마차에 몸을 실었다. 행선지는 50킬로 떨어진 생트 지중해 바닷가의 자그마한 어촌 마을, 생트 마리 드 라 메르. 이 여행의 동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미술사가들은 많지 않다. 반 고흐는 그림을 그리러 갔고 그곳에서의 닷새 동안 세 점의 유화와 아홉 장의 스케치를 완성했을 뿐이다. 실로 그의 전성기다운 생산성이다. 여행 며칠 전, 그가 친구인 아놀드 코닝에게 보낸 편지 속에서도 푸른 하늘과 바다를 보러 간다라고 했다. 의문의 여지는 별로 없어 보인다. 그저 바다를 그리고 싶어 가벼운 마음으로 마실 가듯 동네 바닷가를 갔다고만 생각할 수도 있다. 현대인의 감각으로는 50킬로 여행은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교통수단과 인프라가 달랐던 백수십 년 전 사람들은 우리와는 다른 거리 및 시간 개념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당시의 제반 사정을 감안하면 이 여행은 결코 녹녹해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는 좋은 운과 강한 의지가 있어야만 가능했을 운명적 여정으로까지 느껴진다. 무엇이 그를 이토록 강력하게 지중해로 이끌었을까?

잊혀진 마을
생트 마리는 100가구도 안 되는 집들이 모여 근해 어업을 하는 초라한 동네였다. 가난에 찌든 마을 사람들은 새벽같이 동네...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남다른 광고를 하기 위해 미술사를 전공했다. 남다른 미술사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일반 역사를 배웠다. 젊은 척하는 광고 카피를 쓰고 늙은 척하는 평론을 쓴다.
7
팔로워 23
팔로잉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