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혁현 · 오래된 활자 중독자...
2024/06/12
“무해하게 돋아나 아름답게 존재하는 것. 부드럽고 보송하고 고소한 향내를 풍기는 것. 아첨하지도 않고도 상대에게 원하는 걸 받아내는 것. 오면 가고 가면 오는 것. 마음을 몰라 끝내 마음을 다 주게 되는 것!” (p.21)
 시인의 산문집에는 시인의 마음으로 포장한 무엇들이 자주 등장한다. 시인이 무엇을 바라보면서 받은 느낌과 내가 그 무엇을 향할 때 갖게 되는 느낌 사이에 다른 것보다 닮은 것이 더 많은 것 같아서 좋다. 위의 구절은 바로 고양이를 가리키고 있다. ‘마음을 몰라 끝내 마음을 다 주게 되는 것’이라는 표현이 구절 전체의 마지막 매듭 같은 것이다. 내 마음도 딱 이렇게 묶여 있다. 
 “자신을 한곳에 내버려두고 먼 곳을 다녀오는 사람들이 있다. 너무 멀리 갈 때는 불러 세우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놀라기 때문에 부르기가 두려운 사람. 그들은 내 앞에 자신을 앉혀놓고 자기를 찾으러 나선다. 이곳에 당신이 있어요. 말해줘도 믿지 못한다. 그는 언제나 자기보다 더 높은 곳에서, 혹은 더 낮은 곳에서 자신을 찾기 때문에 자기와 온전히 포개져 스스로인 적이 없는 사람이다. 가는 사람.” (p.35)
 ‘사람’을 가리키는 대신 ‘가는 사람’을 회상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잘 되짚어 보면 내 주변에도 ‘가는 사람’이 있던 때가 있었다. 나는 그 찰나를 정확히 기억하는데, 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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