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에모2] 엄마, 비밀 이야기 하나 해줄까?

아멜리
아멜리 · 하루에 하나씩 배우는 사람
2023/06/02
남편이 싱가포르에 가서 일을 시작하고 집을 구하던 사이 나는 한국에서 둘째를 낳았다. 2018년 3월, 다섯 살 큰 아이와 생후 2개월 둘째 아이와 싱가포르로 향할 때 엄마가 동행했고, 2주 동안 나의 정착을 도와줬다.
 
하루 온종일 땀이 흐르는 적도의 하늘 아래에서 태어난 지 2개월이 된 둘째 아이를 하루 온종일 품고 사는, 작은 집에서 네 가족 짐을 푸느라 정신이 없는, 영어도 못하는 큰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면서 우리는 뭐든 잘할 수 있다며 큰소리로 파이팅을 외치는 큰 딸(인 나)의 모습을 보며 엄마는 속으로 울고 또 울었다고 했다.

마치 엄마가 나를 서울에서 낳을 때, 농사지은 햅쌀을 가져와 엄마가 몸 푸는 것을 도와주고는 경북 고령으로 내려가던 외할머니가 기차를 타고 가는 내내 마르지 않은 눈물 때문에 애를 먹었던 것처럼 엄마도 홀로 남을 딸이 애잔하고 또 애잔했던 것이다. 

나는 적도의 여름을 누구보다 좋아하는 사람이고, 알뜰하게 살기 위해 굳이 눈먼 돈을 월세로 쓰고 싶지 않고, 새로운 상황에서 뭐든 부딪히며 배우는 모험을 즐기는 사람인데 엄마 눈에 나는 이 모든 것이 사서 고생하는 사람처럼 보였나 보다.

지난해 9월, 싱가포르에서 미국으로 이사오기 직전, 엄마가 마지막으로 싱가포르에 여행을 오셨다. 코비드로 인해 우리는 자주 만나지 못했고, 우리의 미국행이 결정된 시기라 엄마의 마지막 싱가포르 여행이었다. 엄마와 함께 하는 마지막 싱가포르 여행인 만큼 뭘 하면 우리 모녀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리하여 젊은 사람들이 주말 밤을 불태우는 거리에 있는, 내가 좋아하는 스페인 레스토랑을 예약했다. 엄마는 진한 핑크색, 나는 초록색 원피스를 입었다. 엄마는 옅은 분홍의 볼터치의 도움으로 얼굴에 생기를 불어넣었고, 나는 아이들의 치근덕거림 때문에 잘하지 않는 귀걸이와 목걸이와 반지를 치렁치렁하게 두르고 길을 나섰다. 여자들의 밤이었다.

금요일 밤 레스토랑은 이른 시간이었지만 홀은 손님으로 꽉 차 시끌벅적했다. 우리는 2인 테이블에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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