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에모2] 춤을 출 거야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3/06/15
"글이 치유가 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한 번 들으면 그 뒤로 의지와는 상관없이 무한정 머릿속에서 재생되는 말들이 있다. 내게는 이 말이 그랬다. 글이 치유가 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그 말. 그녀의 입에서 이 말이 흘러나오기까지 그녀 역시 제법 긴 고민을 했을 것이다. 함께 하는 글쓰기 모임이 치유를 목적으로 한다는 걸 알게 된 뒤의 말이었다. 누구보다 글에 애정을 갖고 적잖은 세월 글을 써온 사람이었다.

  오롯이 즐거움으로 글을 써온 사람에게서는 나와는 좀 다른 향기가 난다. 사람도 글도 단단한 바닥 위에 쌓아 올린 집처럼 거침없고 경쾌하며 재기 발랄하다. 글 위에서 마치 춤을 추는 듯한 느낌. 한 명의 작가에 꽂혀 에세이며 소설이며 여러 글을 접하다 보면,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이 흐리게나마 그려지는 경우가 있다. 사랑받으며 자랐구나. 든든한 지원군이 있구나. 단단한 토대 위에 자신만의 집을 성실히 지어 올리고 있구나.

  비교는 결국 나를 갉아먹는다는 걸 알면서도 은연중에 그 작가의 삶과 나의 삶을 맞대본다. 작가의 삶이라는 게 꼭 정해진 게 아닌데, 고통받는 삶을 살아온 사람만이 글을 쓰는 것도 아닌데, 나는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이 걸어온 길의 굴곡을 가늠하고 있다. 그 사람 안에 얼마나 풍성한 재료가 담겨 있는지 궁금하다는 핑계를 대며.

  나와 꽤 비슷한 아픔을 지닌 작가들도 적잖다. 글 사이사이 숨길 수 없는 아픔이 배어 나오면 나도 함께 젖어버리고 만다. 깊고 깊은 상처로 글도 사람도 위태로워 보이지만, 그럼에도 묵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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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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