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의 수수께끼 - 노태우 씨의 경우

천관율
천관율 인증된 계정 · alookso 에디터
2021/10/26
왜 군부는 민주화를 받아들이는가? 압도적인 무력이 있는데도, 왜 가끔 군부는 민주화 요구를 수용하는가? 이건 정치학자들이 좋아하는 흥미진진한 수수께끼다. 군부는 민주화를 되돌릴 힘이 있다. 그게 우리가 타이에서 봤던 일이고, 지금 미얀마에서 보고 있는 일이다. 그런데 왜, 어떤 군부는 민주화 요구에 순응하는가?

낭만과는 좀 거리가 먼 얘기부터 해야겠다. 인민의 단합된 힘은, 그 자체로는 별로 안 중요하다. 1979년 부마항쟁 때 경호실장 차지철은 박정희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캄보디아에서는 300만 명을 죽이고도 까딱없었는데 우리도 데모대원 100만∼200만 명 정도 죽인다고 까딱 있겠습니까." 이 말은 의외로 진실을 담고 있다. 군부가 작정하고 무력을 사용하면 피플파워는 무력하다. 

정치학자들이 지목하는 핵심 변수는 '지배 엘리트의 분열'이다. 엘리트 중에 일부 분파가 민주화 요구에 가담하는 쪽으로 베팅을 하면, 민주화의 승률은 올라간다. 사실은, 이 경로가 유일하게 민주화로 가는 길이다. 1979년에는 결국 지배 엘리트의 일원인 김재규가 박정희를 제거하면서 군부가 무너졌다. 

1987년 6월항쟁은 지배 엘리트인 신군부를 직격했다. 전두환을 수장으로 하는 신군부 엘리트는 군 출동작전을 준비했다. 이때 군부 내에서 민병돈 특전사령관이 반기를 들었다. 그는 군 투입 명령이 강행될 경우 청와대를 점령한다는 쿠데타 계획도 세웠다. 6월 29일, 신군부의 후계자인 노태우는 6.29 선언을 내놓는다. 시위대가 요구한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수용했다. 이것으로 군부 엘리트 주류는 민주화 요구에 가담하는 쪽으로 베팅했다. 

노태우는 직선제...
천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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