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는 이웃

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
2022/11/03

내가 사는 곳은 블럭마다 집들이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나뉘어져 있는 주택 단지이다. 그렇다 보니 이웃들이 마당에 나와 움직이는 것도 보이고 아파트 보다는 개방적인 분위기일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응답하라 1988>처럼 격 없이 네집 내집 자유롭게 드나들던 시절 같은 정이 넘치는 마을이라고도 할 수 없다. 대부분 프라이버시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차에서 내리는 나를 누군가 부른다. 맞은편 집에 사는 할아버지다. 
노란 모과 두 알을 건네주신다. 예전 같으면 달갑지 않았을 모과이다. 하지만 작년에 모과청의 맛을 보고 난 뒤라 반갑고 감사했다. 

“애들 방에 이틀쯤 뒀다가 숙성 되면 뭐라도 만들어 봐 !!”

왁스를 칠해 놓은 것처럼 표면이 미끄덩거리는 모과에 코를 갖다 댄다. 달큰한 향이 싫지 않다. 

얼마 전부터 창문으로 할아버지 마당에 있는 키가 큰 나무에 노란 열매들이 달려 있는 것을 봐 왔다. 커피를 마시며 어린 시절 텔레비전 위에서 시커멓게 썩어가던 모과를 떠올렸다. 늦가을만 되면 엄마는 어디서 그렇게 모과를 가져왔을까? 

딱딱한 모과 손질이 쉽지 않았지만 직접 만든 모과청은 겨울 동안 스스로에게 향기로운 모과차를 홀짝이는 호사를 누리게 했다. 

모과 두 알


앞집 할아버지는 성질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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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천천히 정성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schizo12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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