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필 한 장 (feat. 피천득)
고인물 유저 하나가 에디터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누적 좋아요 1K 짜리 프로필 한 장을 보여주면서,
"황송하지만 이 프로필이 못 쓰는 것이나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에디터의 입을 쳐다본다. 에디터는 유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프로필을 클릭해 보고
"좋소."
하고 내어 준다. 그는 '좋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프로필을 받아서 가슴 깊이 집어 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보며 얼마를 가더니 또 다른 에디터를 찾아 들어갔다. 품 속에 손을 넣고 한참 꾸물거리다가 그 프로필을 내어 놓으며,
"이것이 정말 좋아요로 만든 프로필이오니까?"
하고 묻는다. 에디터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 프로필을 어디서 훔쳤어?"
유저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러면 길바닥에서 주웠다는 말이냐?"
"누가 그렇게 좋아요가 많은 프로필을 빠뜨립니까? 어뷰징하면 신고는 안 받나요? 어서 도로 주십시오."
유저는 손을 내밀었다. 에디터는 웃으면서
"좋소."
하고 던져 주었다. 그는 얼른 집어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프로필이 빠지지나 않았나 만져 보는 것이다. 거친 손가락이 스마트폰 위로 그 프로필을 클릭할 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어떤 토픽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자기 게시글 밑에 쪼그리고 앉아서 좋아요를 누가 눌렀나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 열중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