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밤의 詩食會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4/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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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주

한연희


너무 오래 웅크린 자세는
몸에 좋지 않아요

그 몸을 어디에 둘까요

북쪽에서 내려올 소식을 기다리는 내내
커다란 통에 담긴 몸을 생각했다

욕실은 김이 서려 희뿌옇다
휘어진 척추를 어루만지다보면 무덤은 거기에 있다
물방울이 등줄기를 타고 내려가며
바닥에 닿아 소리를 냈다

춥.다.춥.다.

누구를 기다리는 일은
기대를 자꾸 거는 일은
끝나지 않고
더 어깨를 구부러뜨리게 되고

북쪽에서는 기다리는 내내 술을 
빚는다고 했다
커다란 통에는 몸이 아니라
쌀과 누룩과 꿀과 그 밖의 것이 뭉쳐
발효되며 소리를 낸다

춥.다.외.롭.다.

인간이 잠들자 출몰하는 귀신들은
몰래 만드는 술냄새를 기가 막히게 
알아차리고 찾아온다

통에 들어가 마시고 눌러앉아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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