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秘密(1947년 6월) 번역중

Orca
Orca · 제국에 관한 글쓰기
2024/03/24
  나는 야기八木에게 참회할 생각은 없다. 나는 참회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잘만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이다. 특별히 자신 있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타고난 성정이 그렇다. 참회라면, 야기에게 하는 것보다, 아니다, 야기 따위는 상대도 되지 않는 커다란 죄도 저질렀다. 다만, 야기는 내 그릇으로 다루기 알맞은 상대다. 참회는 아니지만, 그와의 관계라면, 알뜰히살뜰히 진실을 다 얘기하더라도 내 필력으로 소설이 하나 나올 수 있는, 내 두 손으로 움켜쥘 수 있는 정도의 그런 現実이다. 나는 야기 몰래, 그를 "인물"로서 재단하면서 살아왔다. 그런 의미에서도 그는 내게 다루기 알맞은 인물이었던 것이다. 현실을 실제로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그는, 나에게 숨김없이 하나하나 전부 털어놓고, 나를 친구로서 신뢰하며 가정이면 가정, 연애면 연애, 만사 나와 상담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자신이 쓰고자 하는 일체의 것들, 그것들을 땔감 삼아 자신이 전념하고 있는 작품의 내용까지 전부 내게 빠짐없이 알려준다. 그는 사소설론자다. 자기의 고뇌를 끝까지 추구하는 걸 목적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그 고뇌 가운데 내가 모르는 것은 없다. 왜냐하면 야기가 지닌 거의 모든 고뇌가 나와 관계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의 고뇌를 끝까지 바라보고 끝까지 맛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의 고뇌를 창작해낸다. 그가 초조해하며 필사적으로 쓰려는 것들은, 말하자면 이미 나에 의해 창작되고 기록된 것들이다. 내가 특별히 비범한 작가라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내가 나이가 많고, 아주 약간 더 악인인 것뿐이다. 사실 그건 아주 약간의, 극히 사소한 악인성에 지나지 않는데, 그럼에도 그게 있기 때문에 나는 우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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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6년, 방공통제사 3년, 석사 생활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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