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떨결에 수확한 배추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3/11/17
거실로 나가다 문득 창 밖 풍경에 눈길이 멎었다.
흐미~ 이게 무슨 일이래?
창 밖엔 새까만 염소 무리가 배추밭 근처에 모여있다. 도대체 저게 몇 마리야?  배추 다 뜯어 먹겠네!
두어 마리는 배추밭 속에서, 나머진 배추밭 밖에서 얼쩡거린다.
허둥지둥 신발을 꿰신고 밖으로 나갔다. 사람을 보고도 전혀 놀라거나 도망 갈 생각을 않는다. 염소는 큰 놈 작은 놈 새끼 해서 모두 7마리다. 왜 저렇게 많아?  3마리 키우는걸로 알고 있었는데... 그새 새끼를 낳았나?

우선 땅에 있는 작은 돌멩이를 주워 염소에게 던졌다. 미처 염소에게까지 가 닿지도 않는다. 또 하나 주워 던진다. 이번엔 조준이 잘못되어 엉뚱한데로 날아간다. 안되겠다 큰 돌을 던져야지. 애기 주먹만한 돌을 찾아 던진다. 역시 빗나간다. 하긴 내 던지기 실력으로 염소를 어찌 맞추랴. 그래도 포기 않고 또 던진다. 맞았다. 드디어.  근데 전혀 반응이 없다. 놀라거나 아파서 도망가야 하는거 아냐?  하나도 안 아프다고?  할 수 없이  염소에게 다가가  가!가! 하면서 팔을 휘저어본다.
어라, 이게 무슨일이야?  내 손짓에 도망은 커녕 오히려 슬슬 모여든다. 큰 염소는 어찌니 큰지 몸집이 집채만하다. 그놈이 대장인가 보다. 그 대장을 중심으로 새까만 염소들이  내 곁으로 모여드니  약간 겁이 났다. 뭐야, 왜 나한테로 오는건데.
그런데 가만 보니 전혀 적대감이나 위협적인 기색없이 오히려 내가 누군지 무척 호기심 찬 눈길로 바라보는게 느껴졌다.
아마 집에서 키우는 염소고 귀염 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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