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과 자기 관점은 같지 않다

정병진
정병진 인증된 계정 · 수석 매니저
2022/03/17
독일어 C1를 따기 전, 문제집을 사서 풀 때였습니다. '비판과 자기 관점을 구분해야 한다'는 대목에서 사고 회로가 턱 막혔습니다. 짝짓기 문제였어요. 주어진 5개 문단 중 '저자가 비판(Kritik)을 하고 있는 문단은?' 이란 질문에 상응하는 문단을 찾으면 되는 문제였죠. 그런데 질문 두 개가 너무 헷갈리는 겁니다.

'저자가 비판하고 있는 문단은?' 그리고 또 하나. '저자가 자기 관점의 이유를 든 문단은?'

비판은 Kritik입니다. 자기 관점, 입장은 Standpunkt죠. 여기에 이유를 댄다 할 때는 begründen이라는 동사를 씁니다. 비판이 결국 자기 관점 아니었던가요? 이유, 그러니까 그 논거를 대면서 문제를 지적하면 그게 비판이잖아요. '뭐가 다른 거지?' 굉장한 혼란을 느꼈습니다.

문제 해설지에는 '비판은 비판이고, 자기 관점과 그 이유를 설명한 건 또 다르다'고 나와 있었습니다. 저는 비판이 결국 '잘못된 것이다'라고 평가하는 자기 입장, 관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독일어 문제집에서는 다르게 설명하더군요. 

비판은 문제 제기

'잘못됐다'는 건 주관적 가치판단이 이미 내려진 상태잖아요. 그런데 독일어에서는 비판의 개념이 '이러이러한 문제가 발생했다', 즉 특정 사안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는 뜻에 조금 더 가까웠습니다.

해설지는 독일 학교의 라틴어 수업을 예로 듭니다. 지문의 저자는 '라틴어 수업이 오늘날 의미가 있는가' 물음을 던집니다. 저자는 라틴어 수업에서 학생들이 자기 의견을 활발하게 피력하기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인식을 소개합니다.

"구시대적 방법인 받아쓰기나 지금은 쓰지도 않은 고어를 배우는 낡은 수업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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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 유럽의 사람 사는 이야기로 우리를 톺아봅니다. 현) 스태티스타 HQ 수석 매니저 / 함부르크대 저널리즘 석사 과정 전) YTN 앵커 / 부산MBC 아나운서 / 매일경제TV 앵커 / BBC KOREA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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