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감상 레슨] 어디에나 있는 것들, 인간이라서

오아영
오아영 인증된 계정 · 갤러리 대표, 전시기획자, 예술감상자
2023/01/19
예술가는 지극히 개인적인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만 당신은  왜 거기서 자신을 느끼는가. 작품은 작가의 가장 순도높은 진실과 감상자의 가장 순도높은 진실이 만나는 장소. 그 만남이 이루어지는 순간 예술은 성립됩니다. 예술은 어떻게 당신 존재의 거울이 될까요. 예술이 진실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예술이 세상의 다른 모든 제도와 다른 지점을 아시나요. 현재 전시가 진행중인 장수지작가의 작품세계를 통해 미술작품이 감동을 일으키는 구조를 알려드립니다. 예술감상이라는 것이 발생하는 구조와 시퀀스를. 


어디에든 있는 게 있다. 가령 당신의 슬픔. 내가 당신을 알아봐야 얼마나 안다고 이런 건방진 소릴 하냐고. 당신, 인간이잖아요. 인간존재라는 전제 하에 슬픔은 그냥 있는 거라서.

내 어린 어시 큐레이터 하나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지. "대표님 전 쿨해요!" 혹 당신도 같은 말을 할지 모르겠어. 나는 쿨하다고. 감정따위 감성따위. 그런데 당신의 과거라든지 관계라든지 하는 것들과 마찬가지로, 당신이 기억하든 말든 존재의 슬픔은 그냥 그 자리에 있는 것. 알든 모르든 잊고자 하든.

인간이잖아. 몸을 가진, 소멸이 예정되어 있는 인간. 그 예정일까지 잘 살아남기 위해 매순간 부단히 애써야 하는 인간. 물론 생명의 기쁨이란 것도 그냥 있다. 어디에든.
장수지, <소,녀>, 2017, 장지에 혼합재료, 194x112cm


시각예술가 장수지의 그림들안에도 그런 것들이 있다. 당신 존재의 기쁨과 슬픔이 거기에도. 있는 것과 보이는 것은 좀 다른 건데 여실히 보이기까지 한다. 이 15년차 작가는 자화상만을 그려 왔다. 징하지. 이유는 심플하다."내가 잘 아는 것만을 그릴 수 있어서". 작가가 자신을 진실되게 표현한다면 감상자가 기쁨이나 슬픔 같은 것은 그 자리에서 확인할 수 밖에 없어. 당연히.

당연한 이유는, 역시 인간이라서. 플러스, 진정성있는 예술이라서다. 예술에서 자꾸 말하는 그 authenti...
오아영
오아영 님이 만드는
차별화된 콘텐츠,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사랑과 아름다움. 이 둘만이 중요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삶의 이유이자 내용이자 목적이다. 실은 이들이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을 살게 만드는 절대적인 두가지라 믿는다. 인간은 제 영혼 한 켠에 고귀한 자리를 품고 있는 존엄한 존재라고 또한 믿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 보이지 않는 자리들을 손에 만져지도록 구체적으로 탁월하게 설명해내는 일로 내 남은 삶은 살아질 예정이다. 부디 나의 이 삶이 어떤 경로로든 나와 마주하는 사람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더 살아있게 만들 수 있다면. 제발.
22
팔로워 680
팔로잉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