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로또 한 장씩은 가슴팍에 품고 살잖아? - 퍽퍽한 삶의 믿을 구석

2022/09/13

드라마 <나의 해방 일지>에서 남자 주인공 창희는 사무실에서 자신의 옆에 앉은 사람이 거슬린다. 말이 너무 많고, 무례한 부탁을 하기도 하며, 은근슬쩍 자신의 이익을 가로챈다. 항상 그 사람에 관한 얘기를 할 때면 얼굴을 한껏 구기고 비속어를 뺄 수 없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그의 얼굴에는 부처가 찾아온다. 왜냐고? 동생 남자친구가 롤스로이스(비싼 차) 차주라는 것을 알게 돼서.

   여기서 창희의 ‘믿을 구석’은 ‘롤스로이스를 소유한 동생의 남자친구’이다. 이 ‘믿을 구석’은 신이 내린 말발을 가진 절친이나, 땅부자 할머니가 될 수 있겠고, 빨간 불이 창창한 주식 잔고가 될 수도 있겠다. 나의 경우는 너무 잔잔해서 가라앉을 확률의 복권이다.

   왜 믿을 구석 하나가 필요할까? 세상살이가 퍽퍽할 때, 그 구석에 잠시 코를 들이 박고 숨통을 트기 위해서다. 이를테면, 일을 드럽게 못하는 상사가 같은 일을 계속 시킬 때, 자기 치장에만 몰두하는 꼴이 경박하다고만 생각했던 어떤 유튜버의 삶이 나의 것보다 나아 보이는 순간에, 그저 가슴팍에 (없더라도 상관없는) 복권을 생각하며 숨을 돌릴 수 있다면, 그저 괜찮아진다.

   매일 아이들과 마주하는 나는, 아이들의 미소가 근로의 대가로 전환되는 순간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 순간은 빨리도 증발해 버리며, 남은 침전물로는 로또 번호 한자 한자로 이루어진 ‘당첨의 세계’를 만들어 낸다. 당첨의 세계는 이런 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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