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우리집을 덮쳤다
회사에서 야근 중이었다. 저녁 9시가 다 되어 아내에게 연락이 왔다. 받아보니 초등학교 4학년 딸이 목이 아프고 기침이 심하니 올 때 편의점에서 자가진단키트를 사오라고 했다. 서둘러 컴퓨터를 끄고 회사 밖으로 나왔다. 머릿속에는 이제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운전해서 집에 가는 길이 평소보다 길게 느껴졌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니 딸의 기침 소리가 들렸다. 자가진단키트를 꺼내 검사를 했다. 가운데 하얀색에 조금씩 검은 물결이 차올랐다. 나와 아내, 아들 그리고 딸까지 여덟 개의 눈이 하나로 향했다. C에 빨간 줄이 선명하게 새겨졌고, 그 뒤로 T에 희미한 선이 뒤따랐다. 시간이 좀 더 지나 그 선은 확실한 줄이 되었다. 맙소사 양성이었다.
딸은 몹시 놀란 얼굴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아내와 나는 번갈아 아이 등을 두드리며 괜찮다고 달랬다. 그리곤 긴장이 풀렸는지 피곤하다고 했다. 아내는 마스크를 단단히 쓰고 딸을 재우러 갔다. 그 사이 아들과 나도 자가진단키트로 검사를 했고, 음성이 나왔다. 조금 있다가 딸의 방에서 나온 아내도 검사를 했고 다행히 음성이었다.
코로나라는 거대한 적이 눈앞의 현실이 되었다. 일단 먹거리부터 걱정이었다. 모두가 코로나에 걸리는 최악의 상황이 닥치면 아무도 밖에 나갈 수 없었다. 우선 인터넷으로 밀키트를 주문했다.
나는 회사 단톡방에 상황을 정리해서 올렸고, 업무망에 접속해서 코로나 관련 보고서를 작성 후 담당자에게 제출했다. 그리곤 일주일간 재택근무를 신청했다. 부서장의 염려 말라는 연락과 동시에 몇몇 동료의 안부 문자가 이어졌다.
마스크를 계속 낀 채 번갈아 씻고 자리에 누웠다. 아내는 딸이 걱정된다며 결국 딸 방으로 향했다. 코로나도 막을 수 없는 모성애였다. 나 역시도 복잡한 마음에 잠을 쉽게 이룰 수 없었다. 아내는 아침 일찍 딸과 검사를 받으러 나갔고, 나는 아들 밥을 챙겼다. 그리곤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PCR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뿐 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