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 맞아' '어 그래?' '이런 젠장' - <위험한 일본책>을 읽고
2023/10/17
#산하의오책
맞아 맞아, 어 그래? 이런 젠장 <위험한 일본책>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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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러시아 월드컵 때 일이다. 한국은 카잔의 기적을 창출했지만 16강에 들지 못했다. 반면 일본은 16강전에 진출해 벨기에와 맞붙었다. 이때 한 후배는 회사 동료 일본인들과 (일본 기업이었다.) 일본의 16강전을 함께 보기로 했다. 당연히 ‘아시아의 대표’로 일본을 응원하며 흥겹게 맥주도 마시고 친목을 쌓으려는 목적이었다. 분위기는 매우 좋았다. 후반전 일본이 연거푸 두 골을 넣자 평소에는 그렇게 내성적이던 일본인 직원들이 펄펄 날뛰며 ‘닛뽕’을 외쳤고 후배 역시 일본말로 ‘대단하다’를 연발하며 엄지를 세우며 ‘간빠이’를 부르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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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벨기에 역시 만만치 않았다. 두 골을 따라붙어 2대 2가 됐고 일진일퇴 공방 속에 연장전으로 가겠구나 냉장고에서 맥주 캔 더 꺼내 오던 순간, 벨기에의 역습이 일본 진영을 허물었고 경기 종료에 맞춰서 벨기에의 결승골이 터졌다. 그런데 그 순간 후배는 자기도 모르게 엄청난 환성을 내질렀다. “와아아아아.” 주먹도 부르쥐면서.... 일본인 친구들은 에? 하는 표정으로 한참 동안이나 후배를 쳐다봤다고 한다. 아아 녀석은 ‘아시아의 대표’ 일본을 응원하는 다테마에(建前)를 끝까지 지키지 못하고, 일본이 패하는 순간 ‘혼네’ (本音)를 토해내고 만 것이다. 그 후 회사 생활 매우 즐겁고 발랄하였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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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도 이 경기를 지켜보던 나도 으아아 환성을 질렀고 중계하는 아나운서 역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 얘기를 들은 사람들 거개는 끌끌 혀를 차면서도 그 당시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며 킥킥거렸다. 좀 섣부른 일반화를 하자면 보통의 한국 사람들이라면 겉으로는 아무나 이겨라 해도 속으로는 은근히 벨기에를 응원하지 않았을까 한다. 왜? 그냥 일본이 이기면 배아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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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그런 나라다. 사회주의 중국보다 백 배는 우리와 더 유사한...
사학과는 나왔지만 역사 공부 깊이는 안한 하지만 역사 이야기 좋아하고 어줍잖은 글 쓰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입니다.
흥미로운 책 소개 감사합니다. 저는 역사를 잘 몰라서 본문만큼 즐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듣기로는 소위 혐한, 넷 우익이라고 불리며 한국 이야기만 나오면 발작하는 일본인들은 4050 세대의 미혼 무직 남성들이고, 한국에 상대적으로 훨씬 우호적인 일본 1020 세대들은 (특히 여성들은) 그런 혐한들을 뒷방 노인네 취급한다고 하더군요. 일본이라면 가히 트라우마적인 경기를 일으키는 세대가 우리나라에서도 대략 그 비슷한 연배인 걸 생각하면 흥미롭게 다가오는 지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