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3/05/26
읽고 있는 책 속에서, 주인공이 누군가를 뜻밖의 장소에서 뜻하지 않게 만나면서 얘기가 전개 되어간다.
그런 걸 한 마디로 우연 이라고 하지만 책엔 그 단어가 직접적으로 언급되진 않았다.
우연...  참 미묘하고 풀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말이다. 살면서 예기치 못한 우연한 만남이 종종 발생해 그 절묘한 시간적 공간적 일치감에 놀랍고 소름이 돋아 잊혀지지 않는 경험들이 여러번 있었다.
                                   
                            *           *
그 친구를 본 건,  분당서 서울 가는 버스 안에서였다. 퇴근 무렵이라 버스 안은 몹시 혼잡했고 그 애도 나도 중간 부근에 서 있는 상태였다. 몇 사람 머리 사이로 보이는 옆 얼굴은 분명 그 친구였다.  은경이...  그 애는 문화인류학과였지만 친한 친구가 우리 과에 있어 틈만 나면 우리 실기실로 달려오거나 공통으로 듣는 과목은 우리랑 섞여서 듣곤 해 거의 우리과 애들 못지않게 스스럼 없이 어울리던 친구였다. 그런 애를 졸업 후 이 십년이 흐른 후 대구도 아닌 분당의 버스 안에서 보다니...
조금만 간격이 멀었어도 복잡한 차 속에서 알아 볼 수가 없었을 텐데 이 무슨 기막힌 타이밍과 위치란 말인가. 아는체를 할까말까  망설였다. 복잡한 버스 속에서 알은체를 하면 뭐 어쩌잔 말인가. 나는 머뭇거리다 결국 그냥 내리고 말았다. 그리고 곧 후회했다. 살며서 다가가 그...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3.3K
팔로워 818
팔로잉 9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