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피어날 시간

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내 삶을 나답게 살고 싶은
2024/03/28
 오전부터 부슬부슬 내리던 빗줄기가 굵어지더니 한여름 소나기처럼 세차게 쏟아졌다. 우산 아래로 들이치는 물방울들이 피부에 닿으니 소름이 돋았다.

 오후에 휴가를 내고 병원을 다녀왔다. 다음 주에 학부모 상담도 있고, 또 휴가를 써야 할 일이 있어 혹시 진료 일정을 바꿀 수 있냐고 전화했더니 내년 상반기에나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할 수 없지. 원래의 예약 시간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병원으로 향하는 길, 담담한 척했지만 마스크 속 마른 입술을 혓바닥으로 몇 번을 적셨는지 모른다. 도심 속 활짝 핀 목련과 매화, 산수유가 작은 위로를 건넨다. 으슬으슬하던 몸에 봄꽃의 온기가 닿는다. 

 미세석회화에 변화가 있는지 확인을 위해 유방촬영을 했다. 있는 가슴 없는 가슴 다 끌어모아 올리고 쥐어짜는 이 검사는 할 때마다 기계를 부숴버리고 싶다. 나중엔 어질어질 현기증이 나고 눈물이 찔끔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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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천천히 정성을 다하는 삶을 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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