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엄마의 음악 감상 분투기 - 잃어버린 10년에 대하여

젠남
젠남 인증된 계정 · 일하고 음악 듣고 글을 씁니다.
2023/03/31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은 개인적으로 보람된 일이지만 육아 조력자들이 없으면 엄마들은 경력 단절을 넘어 경력이 폐쇄되기 마련이다. 경력이 없어지는 마당에 취미나 기호가 무슨 소용이겠냐만 아이를 기르는 동안에도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욕망은 거세 되지 않는다. 화제성 있는 드라마나 영화는 집에서 볼 수 있으니 크게 뒤떨어지지 않을 수 있지만 접근이 한정적이다. 

아기를 재우고 먹이면서 외부와 연결되어 있는 유일한 끈인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요즘 이런 노래가 인기구나, 남들은 이런 옷을 입고 다니는구나, 이 드라마에 열광하는구나.. 뒤늦게 기웃거려 보지만 아이랑 같이 잠들기 일쑤. 그래도 드라마나 영화는 보다가 중단하면 다시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나는 음악을 듣고 행복해 하는 사람인데 음악은 끊어서 들을 수 없다. 대사도 영상도 없는 음악을 어느 부분에서 중간에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다 보면 정신은 먼 데로 가버리고 듣던 음악이 뭐였는지도 알 수 없다.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어린 아기를 키우면서 엄마가 귀를 막고 있다가는 안전사고가 나기 딱 좋다. 

그렇게 나는 음악과 이별했다. 
특히 연주회는 내게 더 먼 나라였다. 동남아시아의 휴양지보다 한 시간 거리의 음악회가 내게는 더 멀게 느껴졌다. 그곳엔 수영장도 놀이터도 없으니 아이를 맡길 수도 없고 아이를 동반해서 입장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 (음악회...
젠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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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선생이자 음악 애호가입니다. 에세이 <곤란할 땐 옆집 언니>의 저자이며 국악, 클래식, 팝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공연을 다니며 일상을 특별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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