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이토록 ‘남성 피해자’를 말하기 어려울까 ②

이가현
이가현 인증된 계정 · 페미니스트 정치활동가
2023/04/06
  • 남자 못 버린 페미니즘 4화
회피하고 싶지만 마감은 매주 돌아온다. 스스로 잡은 마감이지만 이렇게 부담스러울 줄이야. 남성 성폭력 피해자를 이야기하며 이렇게까지 글쓰기의 어려움을 느낄 줄은 몰랐다. 완벽보다 완성이 낫기에, 이번에도 정리되지 못한 생각과 느낌을 두서없이 써 보련다. 홍은전 작가는 ‘글을 쓰는 것은 나의 소화기관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 민망하다’는 취지의 글을 쓴 적이 있다. 딱 지금 그것이 나의 심정이다. 내가 이렇게까지 모르는 영역에 대해서 말을 해도 될까? 
   
① ‘남성 피해자’가 언급되는 시점이 ‘부적절한 시점’인 경우가 많다. 
② 페미니스트로서 남성의 피해를 말하는 것이 여성의 피해를 등한시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③ 남성들이 겪는 성폭력이 ‘남자라서’ 겪은 폭력이 아닌 것 같다.
   
지난 글에서는 ①에 대해서 썼다. 요약하면 ‘여성운동을 무력화시키기 위해서 남성 피해를 이용하지 말자’라는 뜻이었다. 이번 글에서는 ②와 ③의 이야기를 해볼 작정이다.

"왜 남자 피해자 얘기는 없어요?"

나는 폭력예방교육을 하는 강사다.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뿐만 아니라 데이트폭력 예방교육, 디지털성폭력 예방교육, 성인지 감수성 교육같은 다종 다양한 젠더 기반 폭력들을 다룬다. 이런 교육을 할 때 수강생 중에 남성이 있다면 특히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사례나 개념을 설명할 때 남성 피해를 빠뜨리지 않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남성 피해를 빠뜨리면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라고 한다’라고 하거나 ‘남성 피해자는 언급하지 않는다’고 하여 자칫 편향적인 교육으로 오인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젠더 기반 폭력 피해자 중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음에도 불구하고 꼭 남성 피해자에 대한 이야기를 한 문장이나 한 슬라이드라도 포함하려고 한다. 남성들도 성폭력 피해를 경험하고, 말하기 어려워 하기 때문에 이런 교육에서 꼭 다뤄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고 교육 참여자의 저항을 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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