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배려를 통한 성숙한 실천

유창선
유창선 인증된 계정 · 칼럼니스트
2024/04/10
- 미셸 푸코 『주체의 해석학』

“내가 너에게 말하는 진실을 너는 내 안에서 본다.”

세상과 나의 관계는 언제나 고민거리였다. 부조리한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마음먹은 이후 ‘세상’과 ‘나’ 가운데 어느 것이 먼저인지를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 세상을 우선하면 이타주의이고, 나를 우선하면 이기주의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나를 먼저 생각한다는 것이 마치 죄를 짓는 듯한 마음이 들어 자기 자신을 버리다시피 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세상을 위해서 나를 잊고 살기도 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나를 찾고 싶은 욕구는 강해져만 갔다. 마치 자신을 잃어버리기라도 한 듯이. 정신없이 살다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비로소 시선이 자기로 향하는 현상은 나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경험이기도 할 것이다. 나의 자아, 그리고 세계와 어떤 관계를 맺을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한 정신사를 갖고 있던 나에게 미셸 푸코의 마지막 강의들은 커다란 울림을 주었다.
 

자신의 내부로 향하는 자기 배려

『주체의 해석학』은 푸코가 그의 말년인 1981~1982년에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했던 강의들을 모은 책이다. 푸코는 이전까지 다양한 사회적 기구에 대한 비판, 특히 정신의학, 의학, 감옥의 체계에 대한 비판을 수행해왔다. 특히 『감시와 처벌』을 비롯한 1970년대의 저술들은 권력의 문제를 지배의 관점에서 다루어왔다. 그러던 푸코는 1980년대 들어서면서 ‘윤리적 주체’의 문제에 관심을 갖는다. 우리가 권력관계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자기 점검과 자기 수련을 거쳐 만들어진 ‘윤리적 주체’에 의한 새로운 실천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푸코가 생애 마지막 3년 동안의 강의에서 집중한 것은 주체와 진실의 관계에 대한 것이었다.

푸코는 먼저 ‘자기 배려’ 개념을 출발점으로 제시한다. 푸코에 따르면 “자기 배려는 자기 자신에 대한 배려이고, 자기 자신을 돌보는 행위이며, 자기 자신에 몰두하는 행위”다. 그는 자기 배려의 개념에 대한 이해를 위해 ‘너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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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시사평론을 했습니다. 뇌종양 수술을 하고 긴 투병의 시간을 거친 이후로 인생과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져 문화예술과 인생에 대한 글쓰기도 많이 합니다. 서울신문, 아시아경제,아주경제,시사저널,주간한국, 여성신문,신동아,폴리뉴스에 칼럼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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