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지 않은 걸 부끄러워하는 음악가 - 김창완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3/08/26
천 가지 얼굴의 표정과 만 가지 색깔의 음악, 김창완. 출처-아레나(사진작가 조남룡)

“데뷔 45년차 신인 김창완입니다” - 김창완(金昌完, 1954~ )
   
발톱 세운 새로운 음악 
   
“FAX 잘 받았습니다 / 이번 주 금요일 칠월 이십 육 일 /오후 일곱 시경 집으로 / 전화 주셔서 인터뷰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 인터뷰 내용을 미리 알려주시면 / 시간이 절약이 될 겁니다” 

1977년 등장해 활동해온 ‘산울림’이 오랜 휴식을 끝내고 1997년 13집 앨범 《무지개》에서 발표한 <Fax 잘 받았습니다>의 도입부 가사다. 

이 앨범에는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와 <내가 왜 여기 있는지 몰라> 같은 곡이 실려 있다. ‘생활언어’와 ‘예술언어’의 경계가 구분되지 않는 특이한 노랫말만 주목할 게 아니다. 이것 말고도 1990년대 중반 이후 홍대 앞에서 무르익어 가던 ‘인디씬’ 락 밴드들의 활동을 넘어서는 파격적인 형식과 새로운 내용의 곡들이 즐비하다. 

김창완(金昌完, 1954~ )은 훗날 자신의 음반 중 1982년 발표한 8집 앨범을 가장 싫어하고, 13집을 제일 좋아한다고 공공연히 말해왔다. 8집 앨범 수록곡 <내게 사랑은 너무 써> 등을 통해 인기가수의 반열에 올라서고,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음에도 이 앨범의 곡들은 그에게 숨기고 싶은 흔적이었다. 

그가 <산울림 8집>을 그렇게 평가한 이유는 단지 인기와 대중적 기호에 영합한 결과물이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용기가 부족한 앨범”, “발톱이 드러나지 않은 음악”, “전혀 새로워 보이지 않는 노래들 뿐”이라고 고백한 바 있듯, 김창완은 자신의 음악이 계속 변신하고 이전과는 다르기를 희망했다. <산울림 13집> 앨범을 스스로 “가장 뛰어나다”고 평한 것도 이 앨범을 발표하자 사람들이 ‘산울림’을 이전과는 또 다른 “새로운 밴드”로 보아주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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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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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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