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이 왜곡한 역사8] 삽혈동맹(歃血同盟)
2024/05/23
국어사전 안에 동맹이 들어간 합성어가 무척 많이 실려 있다. 우리 역사에 등장하는 동맹을 나타내는 용어도 실려 있는데, 그중에서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오는 특이한 동맹 하나를 소개한다.
¶삽혈동맹(歃血同盟): <역사> 백제가 망한 뒤 신라 문무왕 5년(665)에, 문무왕이 중국 당나라의 사신 유인원, 전 백제 임금의 아들 융(隆)과 함께 웅진 취리산에서 한 맹세. 신라의 팽창을 억제하여 자기 나라의 지배하에 두고자 한 당나라의 의도로 이루어진 것으로, 전 백제 왕자 융을 웅진 도독으로 삼아 그 선조의 제사를 받들게 하고 봉토를 지키며, 신라와 백제가 오랜 원한을 풀고 서로 화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였다.≒삽혈지맹.
동맹을 맺게 된 계기와 내용은 나오지만 동맹을 맺는 절차나 의식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 삽혈(歃血)이라는 말이 피와 관련한 듯하지만 삽(歃)이라는 한자가 어려워서 뜻을 파악하기 어렵다. 삽혈이 별도 표제어로 등재되어 있으니 한 번 더 수고를 해야 한다.
¶삽혈(歃血): 예전에, 굳은 약속의 표시로 개나 돼지, 말 따위의 피를 서로 나누어 마시거나 입에 바르던 일.
삽혈의 뜻은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었지만 여전한 궁금증이 남는다. 삽혈이 보통 명사임에 반해 삽혈동맹은 하나밖에 없는 고유명사처럼 취급했다. 위 풀이대로 하자면 삽혈동맹은 당나라 유인원과 신라 문무왕, 그리고 백제 왕자 융 사이에...
시인으로 등단하여 <귀를 접다> 등 몇 권의 시집을 냈으며, 에세이와 르포를 비롯해 다양한 영역의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쓰면서 국어사전을 볼 때마다 너무 많은 오류를 발견해서 그런 문제점을 비판한 책을 여러 권 썼다. 영화와 문학의 관계에 대한 관심도 많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