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 벌레, 우리에겐 어떤 국민서사가 필요한가 - 5.18 광주민주화운동(1980)
2023/05/17
오월의 광주는 어떻게 갱신되고 지속되는가 - 5.18 광주민주화운동(1980)
그 날 – 정민경
나가 자전거 끌고잉 출근허고 있었시야
근디 갑재기 어떤 놈이 떡 하니 뒤에 올라 타블더라고.
난 뉘요 혔더니, 고 어린 놈이 같이 좀 갑시다 허잖어. 가잔께 갔재.
가다본께 누가 뒤에서 자꾸 부르는 거 같어. 그랴서 멈췄재.
근디 내 뒤에 고놈이 갑시다 갑시다 그라데.
아까부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어른한티 말을 놓는 것이 우째 생겨먹은 놈인가 볼라고 뒤엘 봤시야.
근디 눈물 반 콧물 반 된 고놈 얼굴보담도 저 짝에 총구녕이 먼저 뵈데.
총구녕이 점점 가까이와. 아따 지금 생각혀도... 그땐 참말 오줌 지릴 뻔 했시야.
고놈이 목이 다 쇠갔고 갑시다 갑시다 그라는데잉 발이 안떨어져브냐.
총구녕이 날 쿡 찔러. 무슨 관계요? 하는디 말이 안 나와.
근디 내 뒤에 고놈이 얼굴이 허어애 갔고서는 우리 사촌 형님이오 허드랑께.
아깐 떨어지도 않던 나 입에서 아니오 요 말이 떡 나오데.
고놈은 총구녕이 델꼬가고, 난 뒤도 안돌아보고 허벌나게 달렸재.
심장이 쿵쾅쿵쾅 허더라고.
저 짝 언덕까정 달려가 그쟈서 뒤를 본께 아까 고놈이 교복을 입고있데. 어린놈이...
그라고 보내놓고 나가 테레비도 안보고야, 라디오도 안틀었시야.
근디 맨날 매칠이 지나도 누가 자꼬 뒤에서 갑시다 갑시다 해브냐.
아직꺼정 고놈 뒷모습이 그라고 아른거린다잉...
- 2007년 5·18 민중항쟁 기념 제3회 서울청소년백일장 대상수상작
기억과 부채
글을 시작하기 전 한 가지 고백하건대, 필자는 198...
@콩사탕나무 제가 긴 글을 덧붙일 이유가 없을만큼 훌륭한 시입니다. 저 역시 수십번을 읽어 보고 또 읽어 보게 됩니다. 정말 21세기를 사는 고등학생이 이렇게 5.18을 그려낼 수 있다니 놀랍습니다. 얼룩소에 재미삼아 소개 문구로 쓴 '잡식성 인문학자'라는 말을 사용해 칼럼 제목을 달아보았습니다. 눈여겨 봐주셔 고맙습니다. ^^
@청자몽 다정한 말씀 감사드려요. 저희 어머니도 저 낳을 때도 뉴스로만 소식을 접하셔서 광주에서 폭도들이 난동 피운다고만 생각하셨답니다. 제가 태어난 직후 전라도 지역으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 차츰 알게 됐죠. 저는 어려서 아무 것도 몰랐고요. 뒷날 문학 작품을 통해, 다양한 역사 자료를 통해 5.18을 배우고 알게 됐을 뿐입니다. 5.18이 이제 정치 쟁점으로만 이용되는 것 같아 속이 좀 상합니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아직은 그날을 이렇게 기억하고 간직하고 있으니 그래도 희망은 있다 봅니다. 감사합니다.
시를 다 읽고 나니 심장이 툭 떨어지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도 떠오르고 @청자몽 님이 언급한 강풀 작가의 <26년>도 생각이 납니다. 당연하게 누리는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글이었습니다. 갱신되고 지속되는 오월의 광주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칼럼 <잡식성 인문학자의 세상읽기>라는 제목이 멋집니다.^^
아래 다른 댓글에 이미 언급되었듯이.. 이 글에선 작가님의 마음이 더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아 그리고 글 아래 작가님 사진이 크게 보여서 그것도 좋았어요 ^^.
...
80년 5월에 저는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였습니다.
광주에서 있었던 일은 몰랐구요.
93년인가? 94년에.. [현대문학의 이해]였던가? 정확히 과목 이름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 수업시간에
강사님이 특정 시간에 복사해서 나눠주신 단편을 읽고 토론하는게 있었어요.
지하철안에서 집에 가는 길에 나눠주신 '80년 광주'에 관한 단편소설을 읽다가, 엉엉 통곡하며 울었어요. 미안해서요. 그때까지 몰라서 미안하고, 슬퍼서 미안하고.. 그냥 미안하고 마음이 아팠어요. 94년이었느니까 그리 멀지 않은 과거(14년쯤 전)에 이런 무서운 일이 있었다고? 겨우 단편이었는데도 충격이 컸어요.
목포에서 태어나고 자란 남편은 그때를 기억하더라구요.
커다란 트럭에 지원하는 사람들이 타고 가더래요. 근방에 난리가 났다고. 그 아저씨들이 빵이랑 요쿠르트나 우유 등을 트럭에서 나눠주시기도 했대요. 지원받은 물품을 꼬마들에게 주시기도 했다고. 어린 마음에 무슨 난리인데, 저렇게 이동하지? 하면서 궁금했대요.
강풀 작가님의 웹툰 '26년'인가? 저는 그게 인상깊었어요.
....
5월 18일이..
아무래도 날이 날이다보니, 여러 글이 많네요.
5월 광주.
지하철에서 울며 읽던 생각이 났습니다. 비평 같이 공부하자던 친구가 저보고 정신 차리라고 했던건.. 저의 역사인식이나 그런게 너무 얕았기 때문이에요. 그 친구는 문학이 세상을 바꿔야한다는 생각이 강했거든요. 저처럼 한없이 가볍고 얕은 사람을 못 참아했구요. 생각해보니 틀린 말이 아니라, 이래나 저래나 나는 다른 길(업을 바꿀 생각) 갈 생각을 했던건데..
문학이 도끼가 되어, 누군가의 생각을 두드려야 한다는 사실에 동의합니다. 인용해주신 동시;; 를 보며 잊고 지냈던 부끄러운 젊은 날이 떠올랐어요.
좋은 글 매번 감사합니다. 응원합니다. 작가님 ^^.
@아멜리 네. 저도 일전에 광주 여행 갔을 때 망월동 한 번 찾아가보았습니다. 직접 망자들의 무덤을 보니 또 한 번 감회가 새롭더군요. 오늘이 5.18이네요. 마음 속으로 고인들의 넋을 기리는 시간을 가져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멜리 @이동영 @재재나무
안녕하세요 @강부원
글 잘읽었습니다. 역사 독점 vs 갱신과 지속
오늘 글은 오랜만에 작가님 감정이 조금 더 많이 드러나보여서 저에게는 평소보다 더 좋았습니다.
그만큼 작가님께서 5.18에 부여하는 의미가 남다르다는 반증이겠죠.
하나의 사건을 두고 같은 나라의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구나 하는 답답하면서도 신기한 경험은 올해도 이어지네요. 안타깝게도...
한강의 소년이 온다와 학교다닐 때 가본 망월동이 동시에 떠오랐어요. 기억할 수 밖에 없고, 잊을 수가 없어서 끝도 없이 해석되고 이야기되는 것이 바로 518이 아닐까 싶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재재나무 젊은 사람들이 새로운 역사 감각으로 끊임없이 재해석한다면 새로운 의미도 발견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부터가 좀 더 열려있는 마음으로 518을 변주하는 젊은 사람들의 콘텐츠를 대하려고 합니다. 말씀 남겨주셔 고맙습니다.
오늘 글은 오랜만에 작가님 감정이 조금 더 많이 드러나보여서 저에게는 평소보다 더 좋았습니다.
그만큼 작가님께서 5.18에 부여하는 의미가 남다르다는 반증이겠죠.
하나의 사건을 두고 같은 나라의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구나 하는 답답하면서도 신기한 경험은 올해도 이어지네요. 안타깝게도...
한강의 소년이 온다와 학교다닐 때 가본 망월동이 동시에 떠오랐어요. 기억할 수 밖에 없고, 잊을 수가 없어서 끝도 없이 해석되고 이야기되는 것이 바로 518이 아닐까 싶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글 잘읽었습니다. 역사 독점 vs 갱신과 지속
@재재나무 젊은 사람들이 새로운 역사 감각으로 끊임없이 재해석한다면 새로운 의미도 발견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부터가 좀 더 열려있는 마음으로 518을 변주하는 젊은 사람들의 콘텐츠를 대하려고 합니다. 말씀 남겨주셔 고맙습니다.
@홍지현 별 말씀을요. 늘 애정해주셔서 저도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5월의 광주는 갱신되고 지속되어야 한다!에 동의합니다. 독점하는 기억은 역사가 될 수 없지요. 역사는 끝없이 해석되고 다양한 해석 속에서 내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역사는 퇴보하는 것 같지만 언제나 한 발씩 나아갑니다. 광주의 5월이 우리 현대사에서 가지는 의의를 갱신하고 지속해야 우리의 민주주의를 잘 지켜나가고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부원 아 오해 마세요. 전 강부원 님 글 좋아합니다. 그냥 저의 편견과 오만함 탓입니다. 나보다 견문 넓은 사람 나보다 나이 많다 머 이런 식으로 생각해서 그런 겁니다. 지금 이대로도 너무 좋습니다.
@홍지현 말씀 귀담아 듣게 됩니다. 좀 더 나은 인간이 되길 바라는데 쉽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옛날 이야기 많이 해서 나이들어 보였나 봅니다. 앞으로는 좀 젊은 감각으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
우린 과거에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처절한 삶을 살았던 분들에게 빚진 자들로 적어도 역사를 왜곡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애쓰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상에는 벌레처럼 사는 사람도 있다.'라는 구절에 어울리는 사람들이 상당히 눈에 띕니다. 요즘 이런 사람들이 돈돈 거리며 큰소리 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세상인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글만 읽고는 나이가 더 드셨다고 생각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글들이 주는 인상이 중후해서 그런 인상을 받았나 봅니다.
시를 다 읽고 나니 심장이 툭 떨어지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도 떠오르고 @청자몽 님이 언급한 강풀 작가의 <26년>도 생각이 납니다. 당연하게 누리는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글이었습니다. 갱신되고 지속되는 오월의 광주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칼럼 <잡식성 인문학자의 세상읽기>라는 제목이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