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나 기억에 남을 추석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4/09/18
아빠는 땀으로 세수를 하고 있어.

산소에서 절을 하는 남편을 보며 막내가 말했다. 햇살이 눈부시게 내리쏘는 추석 날씨다. 묘자리가 너무 양지 바르다 보니 어디 숨을 그늘 하나가 없다. 여자 셋은 커다란 우산 속에 몸을 숨겼지만 남편은 고스란히 햇볕에 노출되어 절하는 얼굴이며 등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그 사이 여자 셋은 모기와의 사투를 벌이고 있었고. 발목이 드러난 바지를 입은 나는 발목 주변을 순식간에 네 방이나 물렸다.
돌아가며 술을 올리고 대충 절을 하고 후다닥 성묘를 마쳤다. 차분하게 진행하기엔 정말 날씨가 더워도 너무 더웠기 때문이다.

이제부턴 아예 해 뜨기 전에 성묘를 와야겠구먼.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어제 종일 워터파크에서 물놀이를 해서 모두 피곤해 늦잠을 자고 느지막히 아침을 먹은 탓에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한낮에 산소에 왔으니 더울만도 하지만 그래도 뜨거워도 지나치게 뜨겁다.
땀을 흘리며 모기에게 쏘이며 허둥지둥 성묘를 끝내고, 배라도 한 쪽씩 깎아먹고 내려 갑시다. 한 마디 했다가 더워서 타 죽을 지경인데 배는 무슨 배. 빨리 내려 가요. 소리만 듣고 정신없이 짐을 챙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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